‘퀵후크의 비극’ 선발 9승 한화, 엽기적 기록 도전

입력 2016-07-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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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선발진의 ‘실태’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비극과 희극 사이다. 5일까지 한화가 거둔 28승(2무43패) 중 선발승은 겨우 9번. 한화의 선발승 비율 32.1%는 역대 최저치다. 한화 수장인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선발승 비율, KBO리그 역대 최저…김성근 감독 ‘퀵후크의 비극’

니퍼트 한 명에도 못 미치는 팀 선발승
한화 선발승 비율 32.1%는 역대 최저


비극이라고 해야 할까. 희극이라고 해야 할까. 비극이라면 울어야하고 희극이라면 웃어야하는데, 울어야할지 웃어야할지 모르겠다. 퀵후크(3실점 이하 선발투수 6회 이전 조기강판)의 대명사가 돼버린 한화가 KBO리그 새 역사에 도전(?)하고 있다. 21세기 최소 선발승 기록과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저 선발승 비율 신기록이 바로 그것이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하는 한화는 5일까지 올 시즌 73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28승2무43패(승률 0.394)를 기록하며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아직 30승 고지를 밟지 못한 팀이다.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더 기막히다. 시즌 28승 중 선발승은 단 9승(32.1%). 팀 전체의 선발승이 두산 더스틴 니퍼트(11선발승)와 마이클 보우덴(10선발승), 넥센 신재영(10선발승)의 개인 선발승보다 적다. 한화 팀 내 선발승은 퇴출된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와 알렉스 마에스트리, 그리고 송은범이 기록한 2승이 최고 기록이다.

경기수로 보면 시즌(144경기) 반환점을 돌았다. 산술적으로 한화는 올 시즌 팀 전체의 선발승 합계가 자칫 10승대에 그칠 수도 있다. 선발로테이션이 정착되고, 투수 분업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현대야구에서 이런 기록이 가능할까.

일단 2000년대 이후 기록만 뽑아보면 한 시즌에 선발승이 20승에 미치지 못한 팀은 없었다. 21세기 KBO리그에서 한 시즌 가장 적은 선발승은 2000년 SK가 기록한 20승. 그해 SK는 창단팀으로 해체된 쌍방울 선수들과 다른 팀에서 지원해준 선수로 겨우 팀을 꾸렸다. 올 시즌 팀연봉총액 1위에 오른 한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선수 구성이었다. 특히나 그해는 정규시즌 133경기를 소화하던 시절로 지금보다 11경기나 적었다. SK는 시즌 44승으로 최하위에 그쳤는데, 그해 승수 대비 선발승 비율 45.5%는 21세기 최저 기록으로 남아있다. 그 다음은 2014년 한화(23선발승-선발 비율 46.9%)였다. 32.1%의 선발승 비율은 20세기를 포함하더라도 KBO리그 역대 최저 기록이다.

1982년 KBO리그 출범 후 1999년까지 30%대에 그친 팀은 딱 한 팀 존재했다. 1997년 쌍방울이었다. 그해 71승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선발승은 38%인 27승에 불과했다. 당시 쌍방울 사령탑은 현재 한화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었다. 그해 김현욱이 구원으로만 20승을 올리는 등 쌍방울은 선발 대신 불펜에 의존하는 ‘벌떼 마운드’를 운영했다. 선발투수는 사실상 바람잡이였다.

한 시즌 최소 선발승은 역대 최약체 팀으로 꼽히는 1982년 삼미의 9승이었다. 이와 함께 1982년 롯데(시즌 31승 중 19선발승)와 1999년 쌍방울(시즌 24승 중 14선발승)이 선발승 20승에 도달하지 못한 팀이었다. 그러나 1982년 삼미는 시즌 15승(65패) 중 선발승이 9승으로 비율은 60%였다. 1982년 롯데와 1999년 쌍방울 역시 팀 승수가 적었을 뿐 선발승 비율은 각각 61.3%와 50%를 기록했다.

한화는 올 시즌 퀵후크를 무려 37차례나 단행했다. 단연 1위다. 가장 적은 두산(9차례)의 4배를 넘는 수준이다. 다시 말해 3실점 이하로 막고 있는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끌어내린 것만 해도 전체 경기수의 50.7%나 된다. 퀵후크 37경기에서 한화는 13승2무22패를 기록했다. 승률 0.371로, 오히려 시즌 승률(0.394)보다 낮다.


김 감독은 “내부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감독의 작전치고는 별다른 재미도 보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퀵후크 여파로 한화가 꼴찌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것이 야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연 김성근 감독의 말대로 한화에 정말 투수가 없어서 이런 엽기적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화야구는 프로야구 역사를 역주행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 시즌 한화 팀 전체의 선발승 숫자가 니퍼트나 신재영 등 다른 팀 투수 개인의 선발승 숫자보다 적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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