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카지노 허가…외국기업에 휘둘리면 안돼

입력 2016-09-07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셸던 애덜슨. 자산 252억 달러(약 27조8000억원)으로 2016년 美포브스지 선정 세계 부호 22위이자 세계 최대 카지노기업 라스베가스샌즈사의 회장이다.

1933년생으로 올해 84세인 이 노회한 사업가의 입김에 요즘 대한민국 지자체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국회입법 추진으로 지역갈등 양상까지 빚는 새만금의 오픈 카지노(내국인 출입허용 카지노) 도입 논란 뒤에는 샌즈사의 애덜슨 회장이 있다. 샌즈사는 새만금의 복합리조트에 5조∼10조의 투자를 거론하면서 오픈 카지노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애덜슨은 카지노 복합리조트 단골 성공사례인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리조트를 세운 주인공이다. 마카오에도 베네시안마카오, 코타이센트럴 등의 복합리조트를 잇따라 오픈했고, 9월에는 파리시안 카지노 리조트를 개장한다. 세 리조트의 객실만 무려 1만5000여개.

아시아에서 성공신화를 쌓아온 그는 싱가포르에 이어 한국에 눈독을 들여왔다. 2012년 한국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한국에 30억∼6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고려한다”고 화려한 청사진을 내세웠다. 이후 행보는 현란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대규모 투자를 조건으로 오픈 카지노 허가를 계속 타진했다. 2014년 서울 잠실운동장 일대를 복합리조트로 개발하는데 10조원 넘게 투자할테니 오픈 카지노를 허가해 달라고 요청했고, 다음해는 북항 지역의 복합리조트 유치를 추진하던 부산에 5조 원대 투자를 내걸며 역시 내국인 카지노를 요구했다. 모두 부정적인 여론과 정부의 불허 방침에 무산됐지만, 2016년 들어서도 샌즈는 집요하게 오픈 카지노를 들이대고 있다.

7월 싱가포르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샌즈사 임원이 잠실 개발에 내국인 카지노를 다시 제안했고, 6월엔 부산에 5조원의 투자를 들먹이며 오픈 카지노를 또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 진출과는 별도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 맞춰 일본에서 오픈 카지노를 추진하면서 이를 한국에 흘려 조바심과 심적 부담을 주는 심리전도 펼치고 있다.

카지노로 대표되는 게이밍 산업은 엄청난 매출의 화려한 성공사례가 있는 반면, 도박중독과 같은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그늘도 짙다. 돈벌이가 목적인 외국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휘둘릴 사안이 아니다. 애덜슨이 자랑스레 들먹이는 싱가포르가 복합리조트를 검토해 결정하는 데 왜 10년이나 고민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