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임창민-삼성 심창민(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2017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감독을 맡은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몇 년 동안 특급 우완투수가 나오지 않았다. 프리미어12 때도 오른손투수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입에서 원정도박으로 법적 처벌을 받고 KBO리그 복귀 시 정규시즌 50% 출장정지 처분을 받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의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첫 해부터 실력으로 마무리 자리를 꿰차 15세이브를 올리고 있는 오승환은 국제대회 성적을 위해선 놓칠 수 없는 카드다. 메이저리그 강타자들이 출전하는 WBC에서 그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문제는 그를 둘러싼 부정적인 여론이다. 정말 선발과 불펜을 걸쳐 KBO리그에 쓸만한 오른손투수가 없는 걸까.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으로 컴백해 초대 우승을 이끈 지난해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12 대회에 출전한 오른손 투수들의 현 위치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는 투수 13명이 선발됐는데, 이중 8명이 우완이었다. 선발요원으로는 우규민(LG)과 이대은(지바롯데) 이태양(전 NC)이 있었고, 심창민(삼성)과 임창민(NC) 정대현(롯데) 조상우(넥센) 조무근(kt)이 불펜을 지켰다. 당시 ‘김인식호’는 다양한 투수들을 절묘하게 끊어가는 운영으로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프리미어12 당시 이대은.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8명의 투수 중 우완 정통파는 절반인 4명에 불과하다. 이중 유일한 선발투수였던 이대은은 올 시즌 2군에 주로 머물며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조상우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조무근은 2년차 징크스에 빠지면서 5일까지 31경기서 1승 4홀드 방어율 9.68로 부진했다. 유일하게 선전한 건 임창민이다. NC의 마무리로 49경기서 2패 22세이브 방어율 2.56을 기록했다.
옆구리 투수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성의 마무리투수가 된 심창민이 47경기서 2승5패 15세이브 4홀드 방어율 2.68로 선전했을 뿐이다. 우규민은 FA(프리에이전트) 자격 취득을 앞두고 23경기서 5승10패 방어율 5.12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6일엔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정대현은 24경기서 1승 8홀드 방어율 5.19에 그치고 2군에 머물고 있다. 이태양은 승부조작으로 퇴출됐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 우완투수 중 임창민과 심창민 정도만 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우완투수의 부재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