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인터뷰] 변함없는 ‘나는 라이온즈다’의 전화벨소리

입력 2016-10-1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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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휴대전화 연결 음악은 변함이 없었다. 경쾌한 멜로디의 삼성 응원노래의 가사 ‘나는 라이온즈다~’가 울린 후 들려온 음성도 무척 밝았다. “아이고 전화까지 다주고!”

지휘봉을 잡고선 페넌트레이스에서 5회 우승하고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린 류중일 삼성 전 감독은 이제 삼성 기술자문이 됐다. 류 전 감독은 올해 종종 호탕하게 웃으며 “내가 올해로 삼성 근속 30년 아이가. 근데 더 할 수 있을까?”라고 농담 아닌 농담을 했다. 기술자문 임기는 1년이다. 내년까지 31년 동안 삼성과 인연을 이어가게 됐지만 지난 30년간 분신과도 같았던 푸른색 유니폼과는 이제 작별이다.

먼저 감독직을 떠나게 된 소회를 물었다. 류 전 감독은 “그동안 많이 해먹었지 않나?”라며 웃었다. 그리고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어떻게 아쉽지 않겠나. 해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아쉽다. 달라진 상황과 달라진 전력적인 환경에 맞춰 팀을 잘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사실 ‘육성’이라는 단어를 늘 가장 먼저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우승이 목표였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선수들을 많이 키웠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후임자 김한수 신임 감독에 대해서도 의례적인 덕담이 아닌 평소 성격대로 직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 때는 후배로, 코치 때는 선수로, 감독 때는 코치로 오랜 기간 한 팀에서 함께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류 전 감독은 “김한수 감독이 매우 잘 할 거라 믿고 기대하고 있다. 다만 퓨처스 팀에 가 보면 당장 1~2년 안에 주축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자원이 잘 보이지 않는다. 프로야구는 냉정하다. 전국 1등이 들어와도 힘들어한다. 끝까지 빛을 못 보고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동안 꽤 오랜 기간 팀이 상위권에 있었다. 전교1등 보다 반1등이 많이 들어왔다. 그만큼 육성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코칭스태프의 판단과 역할이 중요하다. 1년 동안 기술고문을 맡았으니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그 고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리빌딩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삼성은 지난 6년 동안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하는 팀이었다. 그 속에서 구자욱의 완성, 이승엽의 부활, 심창민의 발전 등 성과도 있었지만 삼성 구단은 공보다 과를 먼저 봤고, 전면적인 쇄신이라는 구호 속에 4회 통합우승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류 전 감독에게 야구지도자로 미래를 물었다. 답은 역시 그의 평소 성격대로 담백했지만 큰 의미도 담겨져 있었다. “일단 기술자문으로 역할을 다하고 싶다. 또 야구공부 하고 싶다. 가장 관심 있는 분야는 부상 방지다. 메이저리그 경기와 훈련방법, 일본프로야구의 부상방지시스템 등을 직접 보고 싶다. 앞만 보고 뛰었는데 이제 뒤도 보고 옆도 보고 좋다”며 웃었다.

류 전 감독은 1963년생으로 이제 만 53세다. 본인은 원치 않았지만 삼성은 그에게 심장과도 같았던 푸른색이 아닌 다른 색깔의 유니폼을 허락한 셈이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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