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유강남-KIA 한승택(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 KBO리그 포스트시즌(PS)에서는 젊은 포수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냉정하고도 긴장되는 승부의 세계를 헤쳐 나가며 새내기 포수들이 한 단계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포수난에 허덕였던 한국야구에 단비가 내리는 듯한 모습이다.

LG 유강남. 스포츠동아DB
● 경험과 성장, 두 마리 토끼 잡은 LG 유강남
정규시즌을 4위로 마치고 와일드카드 결정전(WC)을 넘어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 안착한 LG는 신예 포수의 등장이 반갑다. 2010년대 들어 마땅한 주전포수가 없던 점이 늘 고민이던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로 정상호를 영입하며 안방 강화에 나섰다. 그러나 고민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믿었던 정상호가 시즌 내내 부진에 빠져 젊은 포수들로 힘들게 한 해를 이끌어온 것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도 걱정거리는 역시 포수였다. 큰 경기일수록 야전사령관 격인 포수의 비중이 높은 터라 걱정은 남들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그러나 LG는 가을야구에서 반전을 일궈내고 만족할만한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중이다. 경기가 거듭될수록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는 점이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이 같은 호성적 뒤엔 유강남의 활약이 버티고 있다. 올해로 스물네 살인 유강남은 WC 1차전과 준PO 2차전에 선발 마스크를 썼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선발로 나설 때마다 팀이 패하며 고개를 숙여야했다. 선배 포수 정상호가 선발 경기에서 승리를 챙길 때마다 자책은 더해갔다.
절치부심 끝에 나선 준PO 3차전. 유강남은 단짝인 외국인선발 데이비드 허프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마음을 다잡자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2회 승기를 가져오는 2점홈런에 이어 수비에선 허프의 7이닝 1실점 호투를 도우며 팀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것이다.
경기 내용도 훌륭했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의 자세였다. 전날 상대분석을 위해 유강남은 새벽 3시까지 잠에 들지 못했다. 3차전 집합시간이 오전 10시경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경기에 투입됐다. 컨디션은 떨어졌을지라도 부진을 씻겠다는 각오가 더해지며 유강남은 생애 첫 포스트시즌 경기 MVP까지 올랐다.

KIA 한승택. 스포츠동아DB
● 팬들에게 이름 석 자 각인시킨 KIA 한승택
유강남에 앞서 주목을 받았던 선수는 KIA 포수 한승택이다. 1994년생인 그는 올해 22세의 새내기 안방마님. 그러나 한승택이 가을야구 2게임에서 보여준 능력은 앞으로를 기대케 하기에 충분했다.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압감이 큰 무대에서 한승택은 벤치의 사인을 최소화한 채 경기를 홀로 이끌어나갔다. 마운드에 선 투수들이 하나같이 연차 많은 선배들이었지만, 그는 기죽지 않고 투수들을 리드했다. 블로킹과 송구 능력 역시 수준급이었다.
사실 한승택의 성장은 KIA가 예전부터 가장 기다렸던 것이기도 하다. KIA는 2013년말 FA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한화 한승택을 낙점했다. 군 입대가 결정 난 상황이었지만 신예포수의 잠재력을 미리 알아채고 선택을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선택이 지금 결실이 돼 돌아온 모습이다.
유강남과 한승택, 두 신예포수는 이미 군 복무를 마쳤다는 점과 가을야구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KBO리그의 포수난을 해결할 자원들로 손꼽힌다. 2016년을 넘어 내년, 그리고 내후년엔 어떤 모습으로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지 주목된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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