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킹 1위’ 윤봉우, 누가 그에게 한물갔다고 했나

입력 2016-11-0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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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윤봉우. 스포츠동아DB

올 시즌 도약을 노리는 한국전력의 변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윤봉우(34)의 존재다.

윤봉우는 한국배구를 대표하는 센터로 꼽혔지만, 2015~2016시즌 후배들에 밀려 플레잉코치 역할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윤봉우의 강력한 현역 연장 의지를 꺾지 못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과 일단 계약한 뒤 우상조와 1대1 맞트레이드를 통해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게 된 배경이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도 윤봉우에게 베테랑 한 명이 아닌, 주전 센터로서 역할을 기대했다. 코트를 밟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던 윤봉우와 높이를 강화해야 했던 한국전력의 마음이 통했다.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과연 윤봉우가 전성기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전진용~방신봉의 센터진이 얼마나 버텨줄 지도 미지수였다. 전진용은 블로킹 타이밍을 잡는 능력을 향상해야 했고, 41세인 방신봉에게 풀타임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만큼 윤봉우의 역할이 중요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윤봉우는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며 선수들을 이끌었다. 9월 청주-KOVO컵대회에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며 기대감을 키웠다.

주장 강민웅은 “(윤)봉우 형은 배구선수의 표본이다. 지금 몸 상태가 최고다. 회춘한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윤봉우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으니 즐겁다”고 했다. 표정이 어느 때보다 밝았다.

올 시즌 V리그에서도 윤봉우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6경기를 치른 현재 블로킹 부문 1위(세트당 0.769개)의 성적이 이를 말해준다. 2위 이선규(KB손해보험·0.682개)와 0.1개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20개의 블로킹을 잡아낸 선수다. 그뿐만 아니라 경기당 8.83득점(총53득점), 공격성공률 52.46%를 기록하며 전방위에 걸쳐 활약 중이다. 신 감독도 “봉우는 모범적이고 성실한 데다 ‘왜 안 되는가’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한다”며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전력은 1라운드를 3승3패(승점 8)로 마쳤다. 초반 3승1패로 순항하다 2연패를 당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나 여전히 전망은 밝다. 전광인~서재덕~아르파드 바로티의 삼각편대가 건재하고, 윤봉우의 합류로 속공과 블로킹의 약점을 어느 정도 보완했다. 또 트라이아웃제도 시행에 따라 전력이 평준화되면서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젊은 선수들을 이끌며 긍정 에너지를 전파하는 윤봉우의 존재가 큰 힘이 되는 이유다. 윤봉우는 “선수생활을 몇 년 더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힘이 남아있을 때 공 하나라도 더 때려야 한다”고 했다. 성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반갑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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