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화이트-심스-오리온 헤인즈-삼성 라틀리프(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제공|KBL
KBL 외국인선수 20명 모두 흑인
미국은 9일(한국시간) 대통령 선거로 떠들썩했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70)가 예상을 깨고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하루 종일 언론 보도가 이어질 정도로 트럼프의 당선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당선 직후부터 트럼프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선거 이전부터 재벌이자 이슈 메이커로 유명했는데, 이 중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인종차별 발언이었다. 트럼프는 미국 내에서 유명한 백인우월주의자다.
국내남자프로농구에서 뛰고 있는 10개 구단 20명의 외국인선수들에게도 트럼프의 당선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이들 20명의 외국인선수는 모두 흑인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55)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을 품고 있던 이들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국내무대에서 2년 이상을 뛴 경력선수들 몇몇은 서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는데, 트럼프의 당선 직후 ‘한국으로 귀화해야겠다’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SK 구단 관계자는 “(9일) 오전 팀 훈련 때 테리코 화이트와 코트니 심스에게 트럼프가 될 것 같은 분위기라고 설명했더니, 말도 안 된다며 웃더라. 훈련이 끝나고 현지 분위기가 트럼프 당선 쪽으로 흐르는 것을 알고 나서는 적잖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애런 헤인즈(35·오리온)는 구단 관계자들에게 “빨리 한국으로 귀화해야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령 버진아일랜드 국적의 커스버트 빅터(33·전자랜드)는 “나는 미국 국적은 아니지만, 흑인으로서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선거 결과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는 것 아닌가. 4년을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
평소 무덤덤한 성격인 삼성 리카르도 라틀리프(27)는 “어차피 나는 미국에 머무는 시간이 3개월밖에 안 된다. 시즌이 끝나도 미국에 가지 말고 한국에 머물러야겠다”며 트럼프의 당선을 반기지 않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