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 두산 허경민이 짊어진 부담감

입력 2016-11-23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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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허경민. 스포츠동아DB

두산 허경민. 스포츠동아DB

“올해 목표는 모두 이뤘습니다. 그런데 부담감은 늘었네요.”

두산 주전 3루수 허경민(26)은 올 시즌을 앞두고 뚜렷한 목표 하나를 세웠다. 전체 야수들 가운데 최다 수비이닝을 기록하는 일이었다. 단순히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굳건하게 그라운드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목표였다. 한 시즌이 흘러 꿈은 현실이 됐다. 쟁쟁한 야수들을 모두 제치고 KBO리그 최다인 1206.1이닝을 기록한 것이다.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는 NC 나성범(27), 한 명뿐이었다. 나성범은 외야수라는 점에서 내야수 허경민의 수비이닝 숫자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목표를 향해 달리니 많은 선물이 뒤따랐다. 생애 첫 올스타 선정과 더불어 전 경기 출장, 2017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발탁이라는 커다란 선물보따리가 허경민의 품에 안겼다.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에도 주전경쟁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따낸 열매였다.

긴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허경민은 “시즌 전에 세웠던 목표를 이뤄서 만족스럽다”며 “최다 수비이닝을 기록한 데 이어 내년 WBC 대표로도 선발됐다. 스스로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나 내년 시즌을 앞두고 걱정도 생겼다. 같은 포지션의 선배인 이원석(30)이 FA 자격으로 삼성행을 택한 것이다. 강력한 경쟁자임과 동시에 오랜 기간 동료애를 나눈 선배의 이적. 허경민은 “내가 두산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이)원석이형이 정말 많이 챙겨줬다.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그간 정이 들어 너무나 아쉽다”며 허전함을 표했다. 이어 “형이 없으니 팀 내 주전으로서 책임감과 동시에 부담감이 늘었다”며 달라진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고민은 하나 더 있다. 허경민은 “선수로서 발전하는 데에 있어 경쟁자가 있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고 덧붙였다.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는 선배가 떠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러한 걱정을 뒤로한 채 휴식과 운동을 병행하며 연말을 맞이할 계획이다.



이후엔 WBC를 대비해 본격적인 몸만들기에 돌입한다. 지난해 프리미어12에서 백업에 그쳤던 만큼 이번 대회에선 더 많은 것을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확고하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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