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타고투저의 역습이냐 일시적 착시현상이냐

입력 2017-06-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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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조범현의 야구學’ 10번째 주제는 ‘타고투저(打高投低)의 역습’이다. 여름 들어 KBO리그엔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으면서 투고타저의 바람이 사그라진 것이다. 이는 기록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KBO리그 월간 방어율과 타율을 비교해본 결과, 방어율은 4.46~4.63~5.76, 타율은 0.272~0.283~0.296로 나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현장의견은 분분하다. 올 시즌 들어 한층 넓어진 스트라이크존(S존)이 줄어들면서 투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과 그간 계속된 타자들의 강세가 조금 늦게 불붙었을 뿐이라는 반론이 팽팽하다. 타고투저의 역습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고봉준 기자가 묻고,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잊고 있던 타고투저의 흐름이 다시 돌아온 모습입니다. 월별 기록을 살펴봐도 리그 전체 방어율-타율이 모두 오름세인데요. 그라운드 곁에서 직접 느끼는 변화폭이 궁금합니다.

A : 저 역시 뒤바뀐 흐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S존이 이전보다 넓어지면서 투수들이 유리한 점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러나 타자들이 점차 적응하면서 격차가 줄어든 모습입니다. 원인을 세세하게 분석해보면 우선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을 꼽을 수 있겠네요. 헥터 노에시(KIA)나 메릴 켈리(SK), 더스틴 니퍼트(두산) 정도를 제외하면 현재 뚜렷하게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시즌 초반 두각을 나타낸 신진급 투수들의 구위가 노출됐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패턴에 변화를 줘야할 시점인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 반면 타자들의 적응력은 점차 높아져가는 추세고요.


Q : 여기에 불을 지핀 팀이 바로 SK입니다. 홈런야구라는 특색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데요. 초반 투고타저의 흐름마저 이겨낸 경이적인 페이스입니다.

A : 장타자들이 즐비한 타선의 장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최정~한동민~김동엽~제이미 로맥과 더불어 박정권과 나주환이라는 베테랑, 여기에 트레이드로 이홍구가 합류하면서 막강한 타선이 구축됐습니다. 그러나 SK로서도 분명 걱정이 있을 겁니다. 홈런이 매번 게임을 지배할 수 없기 때문이죠. 지난해도 그랬고 올해 역시 홈런 숫자가 성적으로 직결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도 트레이 힐만 감독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다양한 득점 루트가 있어야 승리확률이 높다고 말이죠. 벤치 입장에서 봤을 땐 다양한 작전을 구사해야할 시점이 경기 도중 찾아오는데 SK 타선은 현재 세밀한 작전을 지시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마 SK 벤치로서도 고민이 많을 듯 합니다.

SK 최정-로맥-김동엽-한동민(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Q : 다시 타고투저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우선 S존 논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선수와 심판 간의 소란이 일어날 만큼 시끄러운데요. 개막 3달이 지난 지금, S존은 자리 잡았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A : 타자들의 성적을 보게 되면 이제 S존이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잡음은 있습니다. 심판 개인성향에 따라서 편차가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S존과 관련된 논란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에서도 늘 있는 일입니다. 확실한 사실은 S존이 초반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사람 심리라는 것이 정확하게 판정을 내리기 위해선 일정 부분 다듬어지기 마련이죠. 그런 면에서 S존도 더욱 안정되리라고 봅니다.


Q : 결국엔 최근 이어져 온 타자 강세가 계속되고 있을 뿐이라는 시각도 나옵니다. 이에 대한 의견 역시 궁금합니다.

A : 타자들을 살펴보니 스윙 매커니즘이 바뀐 S존에 맞춰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반환점에 가까워오면서 자기 폼을 찾은 듯합니다. 반면 투수들은 다시금 어려움에 빠진 상황입니다. 아마 각 팀이 최근 타고투저로 흐름이 바뀌면서 마운드 운용에 고민이 많아 보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투수들의 경기운영 능력입니다. 최근 경기를 살펴보면 여러 투수들이 포수가 사인을 내면 곧이곧대로 던지고 있는 장면을 몇 차례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투수는 스스로 상대 타이밍을 뺏을 수 있어야합니다. 특히 강타자와 대결할 땐 힘이 아닌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타이밍이란 완급조절입니다. 같은 직구와 변화구를 던지더라도 구속에 변화를 주면서 타이밍을 뺏어야합니다. 스피드 컨트롤이라고도 하죠. 여기에 투구폼에서도 조절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볼을 오래 잡고 있고, 짧게 끊으면서 타자를 괴롭혀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타자들이라고 하더라도 타이밍이 무너지면 투수를 이겨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능력이 더욱 중요합니다.



Q : 관건은 앞으로의 전망입니다. 뒤바뀐 흐름이 지속될지, 다시 투고타저로 돌아올지에 대해 모두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습니다.

A : 일단 이와 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되리라 봅니다. 투수들의 업-다운 템포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로선 높다고 보진 않습니다. 여기에 난타와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미치는 정신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반면 타자들은 매일 게임에 나가면서 타격감과 컨디션을 조절해나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막 3달이 넘어가면서 S존에 적응할 수 있기도 했고요. 투수들의 경우 방금 언급한 부분들을 신경 쓰면서 다시 투고타저 흐름을 가져오는 데 주력해야할 것입니다.

정리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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