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의 야구學] ‘신인 드래프트’ 대졸이 미래다

입력 2017-09-1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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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서울 웨스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참가 선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각 구단의 호명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도 각 구단의 고졸선수 선호 현상은 또 한번 반복됐는데,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 대학야구 출신들이 보다 많이 프로 무대를 밟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스포츠동아DB

2018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 유니폼을 입게 된 ‘미래의 별’들은 모두 110명이다. 구단 연고 1차지명을 통해 10명, 2차지명을 통해 100명이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964명 중 110명이 취업에 성공했으니 약 11%의 취업률을 기록한 셈이다.

그런데 이 선택받은 110명 가운데서도 특히나 더 좁은 바늘구멍을 통과한 이들이 있다. 바로 대졸 드래프트 참가자들이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는 총 207명의 대졸 아마추어 선수들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 중 프로무대에 입문하게 된 선수들은 단 19명(삼성 1차지명 최채흥 포함)이다. 취업률은 전체보다 낮은 약 8%다. 최근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 대졸 자원 기피 현상이 올해도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프로선수를 꿈꾸는 아마추어 꿈나무들에게 대학은 이미 차선택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일부 고졸선수들은 대학 진학까지 아예 포기한 채 ‘고졸 신고선수’로 프로무대에 도전하고 있다.

대학야구의 추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거 수많은 스타를 배출하며 아마 명문의 길을 닦았던 그 영광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4년이라는 시간은 왜 ‘배움의 시간’이 아니라 ‘부담의 시간’이 된 것일까. 이번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드러난 대졸 자원들의 현실에 대해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인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2018 신인드래프트가 팬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열렸습니다. 미래의 한국야구를 책임질 자원들이 각 구단들과 인연을 맺었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떻게 보셨나요.

A : 올해도 투수강세는 계속된 모습이에요. 전체 지명자 중 투수가 무려 60명이 넘으니까요. 역시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마운드 힘을 강화해 기본적인 전력을 안정화시키고 싶어 하죠. 투수는 그만큼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포지션입니다. 또 신인투수들은 당장 프로에 입문해도 아마시절 무리한 투구로 인해 몇 년 사이에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경우의 수까지 고려해 투수 쪽에 초점을 맞추는 게 현실이죠.


Q : 대졸 자원들의 프로 입문은 올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A : 구단은 선수생명을 고려해 한살이라도 더 어린 고졸 자원을 뽑고 싶어 하죠. 또 우리나라 특성상 군 문제까지 생각하면 대졸 자원들이 설 무대는 더 좁아집니다. 문제는 이런 야구 외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내적인 부분에서도 대졸 선수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거죠.


Q :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있을까요?

A : 대학에 진학하는 선수들도 최종 목표는 프로구단에 가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어느새 고졸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들이 차선으로 가는 곳이 되어 버렸어요. 4년의 시간이 얼마나 깁니까. 그 시간에 좋은 지도를 받고, 경기 경험을 충분히 쌓으면 이후 프로무대에서도 요긴하게 쓰이는 자원이 될 수 있어요. 고졸 선수들이 당장 프로무대에 가서 1~2년 안에 성과를 내는 경우가 얼마나 있나요. 그런 선수는 정말 극소수죠. 적어도 4~5년은 지도를 받아야 1군 전력이 될 수 있어요. 동일한 시간에 프로에 있느냐 대학에 있느냐의 차이일 뿐이죠.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면에서 대학이 프로를 쫓아가지 못하니까 격차가 발생하는 거죠.


Q : 하지만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이 오로지 야구에만 집중해서도 안 되는 것 아닌가요?

A : 물론이죠.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 학생의 본분은 지켜야죠. 그런 의지도 없이 대학에 진학한 선수는 어차피 프로 가서도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문제는 공부만큼 야구에도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거죠. 경계선은 명확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는 선수들만 혼란스러울 뿐이죠. 지금 대학 지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가슴이 답답합니다. 오전에는 수업, 오후에는 훈련, 주말에는 리그 경기 참가. 단순히 대학 선수들에게 ‘대학에 왔으니 공부를 해야지’라고 말할 문제가 아니에요. 현장과의 소통을 통해 기준선을 명확히 만들어야죠. 학업과 야구를 병행하는 스케줄 속에서 제도적인 허점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모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해 대학에 진학한 뒤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까지 속출하고 있어요. 꿈을 향해 길을 열어줘야 할 학문의 요람이 어쩌다 꿈을 접게 만드는 곳이 된 건지 참 답답합니다.


Q :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대학야구가 다시 활기를 띌 수 있을까요.

A : 대학을 프로구단과 고등학교의 연결고리로 만들어야 해요. 더 이상 지명을 받지 못한 고졸선수들이 ‘일단 대학이나 가야지’라고 생각하는 곳이 되면 안 됩니다. 선수들의 역량을 충분히 더 키워줄 수 있는 배움의 요람이 되어야죠. 프로야구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말은 최근 계속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본기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첫 기회는 아마야구에 있습니다. 대학 4년만 잘 활용해도 프로 앞 순위를 충분히 받을 수 있어요. 대학야구, 더 나아가 한국프로야구의 미래를 밝히기 위해서는 지금 당면한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긴급 진단해야 합니다. 엉킨 실타래를 한번에 풀기는 쉽지 않죠. 일단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관련부처와 대학이 현장 지도자들과의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책을 함께 강구해야 합니다.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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