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2017년 KS, 체인지업의 시대가 만개하다

입력 2017-10-30 1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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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타이거즈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KIA 임기영이 역투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야구는 투수와 타자 사이의 끊임없는 도전과 응전 속에서 진화한다. 아무래도 인간의 신체(팔과 어깨)를 소모하는 투수에 비해 도구(방망이)를 활용하는 타자가 유리하다. 타자의 신체는 과학적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단련되고 있고, 타석에서의 두려움을 방지하는 안전 장비도 장착한다. 체력적으로, 심리적으로 투수는 열세다. KBO리그로 한정해도, 홈런이 늘어나고 타고투저의 추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도 타자를 압도하고, 살아남는 투수들은 존재한다. 최고의 무대인 한국시리즈(KS)에서 보여준 KIA와 두산 투수들의 역투가 증명한다. 저마다 스타일은 다름에도, 교집합은 있다. 어느덧 ‘대세 구종’으로 자리 잡은 체인지업이 그것이다.


● 체인지업, 트렌드가 되다

KIA 사이드암 임기영은 29일 잠실에서 열린 KS 4차전을 떠올릴 때, 영원히 기억될 이름이다. 두산 타선을 상대로 5.2이닝 무실점(6삼진)이라는 예상 이상의 호투를 펼치며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임기영을 겨냥해 사이드암에 구조적으로 강하다는 좌타라인을 대거 출장시켰음에도 공략에 실패했다. 임기영의 체인지업에 당했기 때문이다. 비단 임기영뿐 아니라 KS 4차전까지 등판한 양 팀의 거의 모든 선발투수들의 희비가 체인지업에서 갈렸다. 체인지업이든, 싱커나 포크볼이든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하지 않는 한 타자들의 방망이를 견뎌내기 어렵다. 포스트시즌(PS)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두산 좌완불펜 함덕주도 체인지업이 돋보인다.

2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경기가 열렸다. 7회말 교체 등판한 두산 함덕주가 역투하고 있다. 광주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왜 체인지업인가?

KBSN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은 타자의 시각에서 체인지업 대처의 어려움을 설명한다. “체인지업은 투구 매커니즘이 가장 패스트볼과 흡사하다. 타자들은 기본적으로 빠른 공에 타이밍을 맞출 수밖에 없다.” 체인지업은 공략하는 볼이 아니라 골라내야하는 볼에 가깝다. 높은 코스에서 스트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실투가 아닌 이상,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노려 친다는 것은 힘든 얘기다. 결국 체인지업은 투수(혹은 포수)와 타자의 수싸움이다. KIA에서 임기영을 비롯해 체인지업이 통한다는 것은 곧 두산 타자들이 KIA 포수 김민식의 볼 배합을 읽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 위원은 “투수들의 구종도 유행을 탄다”고 말했다. 적어도 지금은 체인지업의 시대다. 공 자체의 위력은 포크볼(스플리터)이 더 강력하겠지만 팔에 무리가 간다는 것이 정설이다.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의 전설적 투수 구와타 마쓰미는 “투수가 직구 다음에 던져야 할 공은 체인지업”이라고 말했다. 가장 직구와 유사한 폼에서 던질 수 있으면서 몸에 무리를 덜 주기 때문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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