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 FA협상 둘러싼 롯데의 ‘플랜B’ 딜레마

입력 2017-1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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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잃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과의 계약은 팀 전력 유지·대외적인 명분을 볼 때도 더 중요해졌다.       스포츠동아DB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를 잃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과의 계약은 팀 전력 유지·대외적인 명분을 볼 때도 더 중요해졌다. 스포츠동아DB

시장은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잡아간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역시 지지부진한 것 같아도 움직이고 있다. FA 시장은 속성 상, 거물급부터 순서가 정해진다. 황재균의 kt행, 강민호의 삼성행이 확정됐다. 두 선수는 ‘3루수와 포수 FA 자원이 흔치 않다’는 희소성에서 비교우위를 점했다. 이 포지션의 전력보강을 원한 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발표금액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 치더라도 황재균의 4년 88억원, 강민호의 4년 80억원은 ‘보편적 시장가치를 초월한 액수’라는 것이 야구계의 중평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야구계 한 인사는 “A가 얼마를 받았다고, B가 ‘그 수준 이상은 받아야 겠다’고 생각한다면 옛날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제 선수의 가치는 상대성이 아니라, 어느 팀에 어느 선수가 어느 정도의 가치로 필요한지에 따라 측정된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23일 시점까지 FA 시장에 다수의 외야수가 남아있는 현실도 납득이 간다. 김현수(전 필라델피아), 손아섭(전 롯데), 민병헌(전 두산), 정의윤(전 SK)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이들 중 누군가의 귀착지가 정해져야 연쇄적 반응이 가능하다. 이런 구도에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KBO구단으로 롯데가 지목된다. 손아섭을 원 소속팀 선수로서 보유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FA 포수 강민호를 잃었다. 그만큼 손아섭 잔류가 절실해졌다. 그러나 계약은 사인할 때까지 모른다. 롯데가 아무리 최선의 제안을 마련해도 받아들이는 쪽의 정서는 다를 수가 있다. 한편에선 손아섭을 잡지 못할 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상식적 처세다.

그러나 롯데가 손아섭 외 FA 시장의 외야수들에게 적극적 구애를 펼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손아섭과의 협상이 긍정적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롯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운신 자체가 극히 힘든 상황이다. 강민호와 손아섭의 에이전트가 동일인이라는 점도 변수다. 옵션은 많은 듯 비쳐도 주도권은 없다. 롯데의 근본적 딜레마다. 선제적 대응을 못 하는 상황일지라도, 선수를 놓치면 유구무언의 처지가 되어버린다.

FA 시장은 돈이 얼마가 들든 ‘잡으면 승자, 놓치면 패자’라는 프레임이 형성되어 있다. 열린 결말에 관한 롯데 프런트의 시나리오 대응이 궁금한 시점이다. 몰릴수록 냉철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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