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의 눈이 놓친 보크,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해야

입력 2018-11-11 08: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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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3루 두산 오재원 타석 때 SK 박종훈의 보크로 의심되는 동작에 대해 오재원이 항의하고 있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아쉬웠던 판정 하나가 흐름을 완전히 뒤집었다. 제도 개선을 더는 미뤄서 안 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5차전에서 1-4로 패했다. 두산에 이날의 패배가 더욱 뼈아팠던 것은 심판의 아쉬운 판정으로 달아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심판진이 보크를 놓친 것 같다.”

두산이 1-0으로 앞선 4회초 2사 3루 오재원 타석 풀카운트 상황, 박종훈의 투구 동작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파울로 볼 데드가 된 상황에서 최수원 구심은 마스크를 고쳐 쓴 뒤 오른손으로 명확히 박종훈을 가리켰다. 다시 인플레이를 선언한 것. 이를 본 박종훈은 투구를 할 것처럼 허리를 굽혀 포수를 바라본 뒤 오른팔을 들었으나 다시 발을 투구판에서 떼고 2루 쪽을 바라봤다.

오재원은 보크가 아니냐고 어필했다. 김태형 감독도 곧장 나와 어필을 했다. 약 3분간의 항의에도 번복은 없었고 김 감독은 소득 없이 돌아갔다. 이날 중계를 맡은 MBC 정민철 해설위원도 “(보크를) 심판진이 못 본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만일 보크가 선언됐다면 3루주자 양의지가 그대로 홈으로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1-0과 2-0은 하늘과 땅 차이다. 박종훈은 오재원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류지혁에게 몸 맞는 공까지 허용해 2사 만루에 몰렸지만 정진호를 뜬공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최수원 구심은 KBO를 통해 “파울로 인해 볼 데드가 된 상황에서 플레이에 완전히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계화면에 최수원 구심이 인플레이를 선언한 장면이 정확히 포착됐다. 심판이 손을 뻗는 것은 곧 인플레이 선언이다. ‘팔을 뻗고 몇 초 뒤’ 선언되는 것이 아니다. 결국 명백한 보크를 놓쳤다는 의미다.

구심은 물론 1·2·3루심에 좌우선심도 보크 지적의 권한이 있다. 심판진 중 한 명만 이를 놓치지 않았더라도 오심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최수원 구심을 포함한 여섯 명의 심판진은 이를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했다.

1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두산베어스와 SK와이번스가 맞붙는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경기가 열렸다. 4회초 2사 3루 두산 오재원 타석 때 SK 박종훈의 보크로 의심되는 동작에 대해 김태형 감독이 항의하고 있다. 인천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ML에 없는 제도, KBO리그에 있으면 안 되나

‘심판도 사람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는 말은 해묵은 수사적 표현이다. KBO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문제는 보크가 비디오 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보크는 비디오 판독으로 잡아내기 쉬운 상황이다. 워낙 찰나의 순간을 두고 시비를 가리는 것이기에, 심판이 눈으로 놓쳤을지언정 카메라는 답을 알고 있다. 대개 보크 논쟁의 답이 중계화면 리플레이로 명확해지는 이유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보크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KBO리그와 마찬가지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 올 시즌 4월 25일(한국시간) LA 다저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의 맞대결에서 보크 논쟁이 나왔다. 다저스 투수 토니 신그라니가 보크를 지적받았다. 하지만 느린 화면으로 돌려보면 동작에 일관성이 있었다. 선수와 감독 모두 아쉬움을 표현했고, 신그라니는 “보크도 비디오 판독을 하자”고 강변했다.

KBO 관계자 역시 “비디오 판독을 처음 도입할 때 참고 모델은 미국이었다. 미국에서도 보크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너무 많은 플레이를 판독 대상에 넣으면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안 한다고 한국도 해서는 안 될까? 심판의 권위를 위한 비디오 판독 범위 유지는 결국 심판진의 신뢰를 잃게 만든다. 매년 비슷한 논쟁이 반복된다면 한국이 미국에 앞서 제도를 손질하면 된다.

비디오 판독 범위는 확대되고 있지만 스트라이크·볼 판정이나 보크 여부는 심판의 재량에 맡긴다. 심판진의 권위인 셈이다. 하지만 권위를 내려놓을 때 진정한 권위가 생긴다. 심판의 힘에 대한 도전처럼 여겨졌던 비디오 판독의 도입 이후 오히려 오심을 둘러싼 논쟁이 줄어든 것도 비슷한 이유다. 권위의 고집이 권위를 담보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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