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특별한 것이 많았던 2018~2019시즌의 흥국생명

입력 2019-03-06 1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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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은 역대급 순위전쟁이 벌어진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에서 특별한 팀이었다. 남녀 13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연패가 없었다. 시즌 28번의 경기를 치르는 동안 가장 안정적인 운영을 했다. 그만큼 탄탄했다. 1,2,4라운드 각각 3승2패를 기록했고 3,5라운드는 각각 4승1패를 했다.

V리그 원년인 2005시즌 최하위를 선택했던 흥국생명은 그 보상으로 김연경을 뽑아 2005~2006시즌 통합우승을 했다. 그 특별한 경험은 도로공사가 2016~2017시즌 최하위에서 2017~2018시즌 통합우승으로 이어받았다. 통산 5번째로 V리그 여자부 최다 시즌 우승기록을 눈앞에 둔 흥국생명은 꼴찌에서 다음시즌 우승하는 3번째 사례를 만들려고 한다.


● 상대보다 코트를 넓게 사용한 흥국생명

시즌 전 미디어데이에서 모든 감독들의 예상처럼 흥국생명은 가장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약점이었던 중앙의 높이를 FA선수 김세영 영입과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이주아로 메웠다.

이재영의 리시브 부담을 줄이면서 왼쪽 한자리를 책임져줄 파트너로 선택한 FA선수 김미연의 가세도 큰 힘이 됐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도 경험 많고 높이가 있는 톰시아를 전체 2순위로 선택해 어느 곳 한자리도 빠지지 않는 균형 잡힌 팀을 완성했다.

경쟁 팀들은 다양한 공격옵션을 시도할 형편이 안돼 네트를 3분의2 밖에 쓰지 못했지만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는 달랐다. 강력한 좌우날개공격은 물론이고 속공 등 중앙에서의 플레이가 다양했고 효율적이었다. 높은 블로킹 덕분에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6개팀 가운데 디그 1위, 블로킹 2위였다. 리시브와 수비도 3위로 수준급이었다. 이런 탄탄한 수비 뒷받침 덕분에 연승도 많이 했다. 3~4라운드 4연승, 4~5라운드 5연승에 이어 6라운드도 3연승 중이다.


흥국생명 김해란-김세영-이재영(왼쪽부터). 스포츠동아DB


● 베테랑 김해란 김세영이 이끌고 이재영이 길을 내다

흥국생명을 이끌어가는 선수는 베테랑 김해란과 김세영이다. 미들블로커 김세영이 이주아와 함께 앞에서 블로킹 벽을 만들고 뒤에서 리베로 김해란이 잘 지켜준 덕분에 득점 4위, 공격종합 3위의 성적으로도 1위를 했다. 2번째 시즌 MVP가 유력한 윙스파이커 이재영과 OPP 톰시아가 공격을 이끌었다. 윙스파이커 김미연도 간간이 어려울 때 길을 뚫어주는 역할을 잘 해냈다. 박미희 감독은 조송화와 김다솔을 번갈아 사용하며 세터의 경쟁과 협업을 통한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 덕분에 세트 1위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경쟁 팀은 이런저런 이유로 최고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선수 이바나의 교체로 한동안 힘들어했다. 현대건설도 김세영의 공백과 외국인선수 베키의 교체과정에서 삐걱거렸다. GS칼텍스와 IBK기업은행은 시즌 도중 주전리베로의 이탈이 전력에 큰 영향을 줬다. KGC인삼공사는 알레나의 부상 이후 추락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국가대표팀 차출 후유증으로 힘들어했던 때도 있었지만 부상 같은 돌발악재를 만나지 않았다.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스포츠동아DB


● 절망 속에서 찾아낸 우리 그리고 단호함

흥국생명 지휘 5년째의 박미희 감독은 최근 3시즌 사이에 정규리그 우승~꼴찌~우승이라는 역대 최고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경험을 눈앞에 뒀다. 그에게 2시즌 전 정규리그 우승의 원인을 물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이 어렸다. 선수들끼리 사이가 아주 좋거나 팀워크가 엄청난 것도 아닌데 예상하지 못했던 우승을 했다”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우승 과정에서 특별한 고비도 별다른 준비도 없었기에 선수들을 뭉쳐줄 계기마저 없었다. 결국 IBK기업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2세트 대역전패로 통합우승이 무산됐다.

그리고 찾아온 지난 시즌의 최하위 성적표. 꾸준히 성적을 향상시켰던 감독에게도 잠시나마 우승의 기쁨을 맛본 선수들에게도 힘든 때였다. 그 깊은 절망감 속에서 감독과 선수들은 반전의 계기를 찾았다.

이번 시즌 박미희 감독의 지휘 스타일은 이전과 달라졌다. 전보다 더 결단 타이밍이 빨라졌고 주문도 단호해졌다. 본인도 인정했다. “이제는 훈련 때 사사건건 지적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이 많아졌다. 대신 잘못됐을 때는 크게 화를 내고 혼낸다. 그동안에는 내가 모든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는 선을 긋고 ‘이것은 너희들이 해야 할 일, 저것은 내가 결판낼 일’로 나눈다”고 했다. 그는 “감독 초창기 내가 이정도 해주면 너희도 이 정도는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기대도 버렸다. 감독으로서 내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 할 뿐이다. 언니들 덕분에 선수들끼리 해결하는 문제가 많아졌다.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털어놓았다.

“아마추어는 우승을 위해서 뭉치지만 프로페셔널은 우승으로 하나가 된다”고 했다. 그동안‘나와 너’밖에 몰랐던 선수들은 차츰‘우리’를 생각했다. 선수들의 정신적인 성숙과 넓어진 시야는 팀을 조금씩 탄탄하게 만들었다. 각자의 속내와 인생목표, 생활방식이 다른 16명의 선수와 이들을 돌보는 코칭스태프는 이제 우승으로 하나가 되는 방법을 알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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