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바닥에서 하늘까지, 한국전력 카일 러셀의 진짜 실력은?

입력 2020-08-26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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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카일 러셀. 사진제공|KOVO

‘80-80-16.’ 앞으로 한국전력 외국인선수 카일 러셀(27)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할 것 같은 숫자다. 25일 제천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남자부 조별리그 B조 OK저축은행전 1세트에 보여준 놀라운 퍼포먼스다. 한국전력이 27-25로 세트를 따낸 가운데 카일은 무려 80%씩의 공격 점유율과 성공률로 16득점을 올렸다. 그의 압도적 플레이에 힘입어 한국전력은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27-25 25-19 25-21)으로 완파하고 2연승을 거뒀다.

이틀 전 국군체육부대를 상대로 치른 V리그 공식 데뷔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선수라고는 믿기 어려운 대반전이었다. 23일 러셀은 1세트 선발로 출장했지만 0득점, 공격 점유율 3.33%에 공격 효율은 0을 기록했다. 1세트 중반 교체된 이후 코트를 밟지 못했다.

그간 치른 연습경기에서도 기대했던 모습은 아니어서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고민은 컸다. 내부적으로 선수교체를 생각할 단계까지 이르렀다. 레프트로서 리시브를 맡아야 하지만, 상대팀의 서브 폭탄에 견디지 못했다. 연습경기 때 그를 쉽게 공략한 어느 구단의 관계자는 “토종선수들보다 리시브를 잘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국전력이 걱정된다”고까지 말했다.

리시브에선 그럭저럭 버틴다고 치더라도 또 다른 문제는 공격이었다. 다른 팀들보다 중앙에서 역할이 떨어지는 한국전력의 특성상 날개 공격의 파괴력이 필요했다. 그래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라이트 박철우와 함께 좌우에서 이단공격을 성공시키며 길을 뚫을 수 있는데, 이 능력 또한 잘 보이지 않았다. KOVO컵을 앞두고는 내부적으로 “우리가 이기기 위해선 러셀을 빼고 요즘 컨디션이 좋은 이승준을 써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여러모로 러셀에게 좋지 않은 상황에서 대반전이 나왔다.

러셀은 25일 OK저축은행을 상대로 3세트 동안 32득점, 공격 성공률 70%, 효율 65%, 점유율 56.34%를 찍었다. 리시브 효율은 6.67%로 여전히 숙제를 남겼지만, 최소한 공격은 나무랄 데 없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이선규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을 타고 때린다. 밀어치기에 능하고 타점도 높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개씩의 블로킹과 서브도 기록했다.

특히 상대 공격수 위에서 덮어버리는 오버 블로킹에 OK저축은행 공격수들은 고전했다. 그동안 주력 선수들의 신장이 낮아 사이드 블로킹 보강이 절실했던 한국전력이지만, 25일 경기에서만큼은 상대를 압도했다. 박철우, 김명관과 함께 키 205㎝의 러셀이 든든하게 벽을 쌓자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세터 김명관도 새로운 공격 옵션 덕분에 연결이 한결 편해졌다.

이제부터 한국전력은 정말로 고민할 전망이다. 과연 어느 것이 러셀의 진짜 모습인지 판단해야 한다. 25일의 러셀이라면 새 시즌을 기대해도 좋다. 23일의 러셀이라면 빨리 다른 선택을 하는 편이 여러모로 좋다. 배구선수 출신 아내와 함께 처가의 나라에서 오래 선수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그의 꿈은 어떤 결말을 만들지 궁금하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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