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현장 갈등의 시대, KT가 제시한 신뢰와 역할분담의 힘

입력 2020-10-15 11: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이숭용 단장(왼쪽)과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프런트와 현장은 공존할 수 없을까. 허민 의장의 독단적 결정으로 손혁 감독을 사실상 경질한 키움 히어로즈가 터뜨린 폭탄이 야구계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어디에나 그렇듯 ‘반례’는 존재한다. KT 위즈도 그 중 하나다. 2018시즌 후 나란히 부임한 이강철 감독과 이숭용 단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 역할분담으로 창단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KT는 2018시즌 후 김진욱 감독과 결별한 뒤 이 단장 선임을 알렸다. 당시만 해도 보수적으로 평가받았던 KT에서 선수출신 단장이 부임한 자체가 ‘사건’이었다. 이 단장 부임 직후 이 감독 선임도 발표됐다. KBO리그 최고의 투수출신 감독, 그리고 KT 원년부터 함께 한 대타자이자 코치 출신 인사의 동행에 시선이 쏠렸다.

선수와 코치로 이룩한 업적이 원체 대단했기에 잡음이 우려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명확히 자신들의 역할을 나눴다. KT 프런트는 이 감독에게 당장의 성적 대신 ‘팀 빌딩’을 바랐다. 투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이 감독이 젊은 유망주들의 잠재력을 터뜨려줄 것이라는 기대였다. KT 사정에 정통했던 이 단장이 2군을 관장하며 육성 파트를 맡았다.

지난해 KT는 초반의 시행착오를 딛고 창단 첫 5할 승률의 성과를 냈다. 이 감독이 점찍었던 유망주 투수 배제성이 창단 첫 토종 10승 반열에 올랐고, 이 단장이 트레이드로 데려온 조용호, 박승욱 등이 알토란같이 보탬이 됐다. 올해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넘어 2위 싸움까지 펼치고 있다. 지난 2년간 뚜렷한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나 빅 네임 트레이드는 없었지만 충분한 강팀이 됐다.

군 복무 적체현상이 뚜렷했던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올 시즌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높았던 엄상백, 김태오, 최건(이상 투수) 등을 일찌감치 군에 보냈다. 올 시즌 종료 후에도 젊은 선수들의 군 입대를 계획 중이다. 내년에도 ‘윈 나우’를 노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지만, 지금 1군 선수들에 대한 확신을 기반으로 미래까지 그리고 있기에 가능한 결단이다.

이 감독은 “취임식 때부터 팀 시스템 구축 및 주전 만들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구단이 나한테 제시한 비전이 그랬다”며 “감독이 전권을 잡는 시대가 아니다. 감독과 프런트가 합치했기 때문에 마찰 없이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단장도 “기용은 감독님의 몫이고 우리는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명문 구단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KT 지명된 학생이 환호하는 팀이 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독이 답답할 때 소주 한 잔 기울이며 소통하는 단장. 서로 단단한 신뢰가 구축돼야 하니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감독과 단장, 현장과 프런트는 한 배에 타고 항해하는 두 명의 항해사다. KT의 올 시즌 호성적은 결코 요행이 아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