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FC 정정용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11월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FC 정정용 감독이 밝힌 취임사의 일부다. 당장의 성적만이 아닌 인재양성에도 정성을 쏟겠다는 의지였다. 당시 그는 “(육성이) 우리의 콘셉트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정 감독은 이랜드와 3년간 계약했다. 이유가 있다. 사실상 ‘새판 짜기’를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꼴찌가 익숙한 서울 이랜드다. 앞선 2시즌 연속 최하위였다. K리그1(1부) 승격은 꿈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벼랑 끝에서 이랜드가 내린 결단은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준우승을 이끈 정 감독의 영입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로 활동하며 여러 팀의 러브콜을 받던 그를 모기업이 직접 설득했다. 성인팀과 풀뿌리 시스템까지 다져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맞이한 첫 시즌은 나름 성공적이다. 23라운드까지 소화한 ‘하나원큐 K리그2 2020’에서 이랜드는 10승4무9패, 승점 34로 3위다. K리그2 플레이오프(PO) 순위권이다. K리그2에선 1위가 자동 승격하고, 3·4위간 준PO 승자가 2위와 PO를 거쳐 승격한다.
물론 정 감독은 육성에도 적극적이다. 4월 프로·유소년 코칭스태프가 가평 켄싱턴리조트에서 가진 육성 프로세스 확립 미팅을 시작으로 꾸준히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올해는 육성을 기조로 유망한 선수들을 팀에 녹여내는 데 주력 중이다. 유소년의 성장이 중요하다. 뿌리부터 탄탄해야 팀이 건강해진다”고 그는 말한다.
효과가 조금씩 나타난다. 협회가 대표팀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시행한 ‘퓨처팀’에 산하 U-15 팀 소속 박서준, 장석훈, 이지우가 선발됐다. 노규민, 김성연은 9월 광역대표로 선발됐다.
여기에 산하 U-18 팀 자원들은 종종 ‘콜업’ 기회를 얻곤 한다. 정 감독은 자신만의 루틴에 따라 리그 경기 전 대학팀과 연습경기를 꾸준히 치르는데 김한솔, 김준서, 이윤재 등이 7~9월 경기에서 기량을 점검받았다. 선수들에게 자극과 희망을 불어넣어 프로-유소년의 동반성장을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안팎으로 체질이 달라진 이랜드는 뿌리와 줄기가 서서히 단단해지고 있다. 정 감독의 2년차 진화가 기대되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