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적인 연주자가 직접 쓴 ‘최나경의 플루트교실’…플루트의 바이엘 될까

입력 2021-08-08 13: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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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인 현역 연주자 최나경이 직접 쓴 초보자용 교본 1·2
- 출판사서 제의 받고 처음엔 당황, 나의 주법들이 도움된다면 OK
- 음악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 “부담없이 시작하세요”
어릴 적 피아노를 배운 적이 있다면 누구나 바이엘 첫 장의 ‘도레도레’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피아노에 바이엘·체르니, 바이올린에 스즈키 교본이 있다면 플루트는 앞으로 이 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모르겠다.

플루트 입문자, 초보자를 위한 쉽고 체계적인 기초 교본이 출간됐다. 운지부터 기초이론, 예제곡과 연습곡을 통한 실전 연주까지 단계별로 구성됐으며 총 두 권으로 나왔다. 제목은 ‘최나경의 플루트교실 1·2(서울음악출판사)’.다.

“잠깐, 저자가 누구라고?”. 최나경. 그렇다. 당신이 알고 있는 플루티스트 최나경(재스민최)이다.
연주 학습과 교육 용도의 교본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또 지금도 나오고 있지만 이 책이 특히 눈길을 끄는 이유는 ‘세계적인 현역 프로 연주자가 직접 쓴 초보자 교본’이라는 점 때문이다.
세계적인 현역 연주자가 교육용 저서를 출간한 사례는 종종 있지만 대부분 전공자나 프로 연주자를 준비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고난도의 테크닉을 다룬 책들이었다.

플루티스트 최나경은 국내는 물론 요즘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핫한 플루트 연주자 중 한 명이다. 현재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면서 전 세계를 누비며 풀타임 솔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나경은 솔리스트임에도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멤버로 활동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한국인 관악기 주자로는 최초로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신시내티 심포니, 음악감독 파보 예르비)와 유럽 메이저 오케스트라(비엔나 심포니, 음악감독 파비오 루이지)에 입단했으며 비엔나 심포니의 첫 여성 수석을 역임했다. 영국의 저명한 클래식 잡지 ‘신피니뮤직’은 ‘음악 역사 이래 최고의 플루티스트’ 명단에 최나경을 올렸다.

대전 성모 초등학교,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재학 중 플루트의 거장 줄리어스 베이커로부터 ‘커다란 센세이션’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만 16세에 미국 커티스 음대 전액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4년을 함께 공부하며 거장의 마지막 제자가 됐다. 졸업 후에는 줄리어드 음대에서 제프리 케이너를 사사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어린 플루티스트들을 돕기 위해 유튜브 채널 ‘Jasmine Choi 최나경’에 론칭한 ‘플루트 전공자들을 위한 영상’ 시리즈가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활발히 활동하는 플루티스트들을 만나는 ‘Meet the Flutist’ 시리즈, 젊은 음악가들의 커리어를 돕기 위한 컬래버레이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다년간의 연구 끝에 일반 가방에도 넣을 수 있는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혁신적인 플루트 케이스 ‘Smart Case’를 직접 디자인해 출시하기도 했다.



플루트 초보자를 위한 교본을 최나경이 직접 썼다는 것은 또 한 번의 ‘커다란 센세이션’을 예고한다.
궁금한 게 많아졌다. 세계적인 연주자가 쓴 교본은 다른 교본들과 무엇이 다를까. 무엇보다 왜 썼을까. 무엇이 그를 움직였을까.
최나경과의 인터뷰는 이메일로 진행됐다.



- 세계적인 현역 연주자가 입문자, 초보자를 위한 기초 교본을 직접 집필해 출간한 사례는 매우 드문데요.

“프로 플루티스트들이 집필한 교본이 많이 있긴 해요. 하지만 대부분 전공자를 위한 교재들이었죠. 사실 교본을 출간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그래서 작년에 서울음악출판사에서 제의를 해 주셨을 때 적잖이 당황을 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플루트와 함께하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익혀온 저의 주법들이 플루트를 새로 시작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용기를 내어 집필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전공자를 위한 레슨이나 마스터클래스는 많이 하셨겠지만 초보자를 가르쳐본 경험도 있으신가요.

“요즘 주로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음대에 진학하고자 하는 전공 지망생들을 지도하게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커티스 음대와 줄리어드 음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학교에서 소외계층 자녀들에게 악기를 무료로 가르쳐주는 프로젝트가 있었는데요. 덕분에 플루트는커녕 음악을 아예 모르는 어린 아이들을 만나 처음으로 악기를 가르쳐주고 설명해주면서 많은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지(웃음).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오른 분들은 사실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천재들이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평범한 초보자들의 고민과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왜냐 하면 그런 고민 자체를 아예 해보지 않았거나 초급자로서의 기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초급자들을 지도하는 데에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웃음) 저도 클래식 음악계에 오래 있다보니 뛰어난 연주자들이 반드시 뛰어난 교육자는 아니라는 사실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물론 예외도 많이 있습니다. 제가 다녔던 커티스 음대나 줄리어드 음대의 명교수 중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액스 등 모두에게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는 분들도 너무나 많이 계시고요. 저의 경우라면 … 제 스스로 티칭 스타일에 대해 말하기는 어색한 감이 있지만, 저는 학생들의 실력에 따라 그 레벨에 맞는 맞춤형 티칭을 해주는 편이에요.”


- 개인의 수준과 특성을 고려하시는 거군요.


“누구나 악기를 처음 배우는 초보 시절이 있고, 좀더 배우기 위해 레슨을 받는 건데 선생님이 다짜고짜 ‘넌 왜 못해’라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교육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왜 못해요? 집에 가서 더 연습해 오세요’라는 식의 코멘트는 책임감이 없는 선생님들의 방식인 것 같아요. 그것보다는 그 부분이 왜 안 되는지, 왜 어려운지 설명을 해 주고, 집에 가서 ‘어떻게’ 혼자 연습을 하면 좋을지, 그런 연습방법까지 알려줄 수 있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겐 필요하죠.”


- 음악도 스포츠도 기초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처음 배울 때 기초를 잘 다져놓지 않으면 어느 수준에 이르렀을 때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거나, 잘못된 습관 같은 것을 고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요. 플루트의 경우는 어떨까요.

“플루트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악기에 바람을 불면서 손가락을 움직이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생각해야 하는 테크닉이 수백만 가지에요. 처음에 안 좋은 버릇을 길러 놓으면 그것을 고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또 그 과정에서 악기에 대한 재미를 잃을 수도 있어요. 사실 저도 안 좋은 버릇을 고치는 데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고, 아직도 고치고 있는 부분이 있답니다. 플루트를 새로 시작하는 학생들이 처음부터 정확하고 확실하게 배워서 음악 하는 길이 좀더 수월해지길 바라는 바입니다.”


- 이번에 출간된 교본의 경우 기존 교본과 비교해 어떤 점에 차별화를 두셨는지요.

“피아노 하면 바이엘, 바이올린은 스즈키 교본이 정석으로 있죠. 그런데 ‘플루트’하면 딱히 떠오르는 교본은 없어요. 우리는 잘못된 정보가 수두룩한 교본으로 엉거주춤 시작하거나, 전공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주워들은 이야기를 통해 많은 추측을 거치며 스스로 주법을 익혀가는 식의 배움이었죠. 사실 제가 책을 쓰겠다는 확신이 아직 들지 않았을 때 출판사에서 기존의 플루트 기초교본을 몇 권 보여 주셨는데요. 쭉 훑어보고 나서 그런 잘못된 주법들에 대해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결국 집필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 교본을 보면 예제곡과 연주곡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교본과 소곡집이 합쳐진 느낌도 듭니다(웃음). 초급 단계에서 연주곡을 많이 연주하는 것이 중요한가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많은 선생님들이 지루한 손가락 연습과 딱딱한 교본의 반복 연습을 주로 시키셨던 것 같습니다.

“기자님도 악기를 배우셨군요! 반갑습니다(웃음). 네, 악기를 처음 배울 때에는 정확하게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미를 잃지 않는 것도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처음 플루트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자주 듀엣을 연주해주시고 피아노 반주와도 같이 해보게 해주셨는데 그때 ‘아 이것이 악기를 하는 재미구나’를 처음 느꼈었어요. (그런 재미를 독자들도 느껴 보시라고) 체계적으로 악기를 익혀가는 각 챕터마다 과정과 레벨에 맞춰서 잘 알려진 곡들을 쉽게 편곡해 넣어 보았습니다.”

- 초급 수준을 넘어선 사람들도 이 책이 도움이 될까요.


“플루트를 완전히 처음 시작하는 ‘찐초보’를 위해 쓰여졌고요. 그래서 플루트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과 운지부터 나와 있습니다. 이미 운지를 배우신 분들이라면 악기를 잡는 가장 이상적인 자세라든지, 입술을 헤드조인트에 가져다 대는 가장 좋은 위치라든지, 텅깅주법을 어떻게 처음 시작해야 하는지 등 세부적인 부분을 좀더 정확하게 익히실 수 있을 것 같고요. 각 챕터마다의 질문과 답 섹션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유튜브 등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20년 전 유명 연주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혹시 ‘클래식 연주자들도 달라져야 한다’라는 생각 같은 것을 갖고 계신 건가요.

“뭐가 어때야 한다, 혹은 이렇게 해야겠다는 사명감이라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맘껏 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많은 분들이 같이 좋아해주시고 응원해주시니 더 감사하고요. 플루트라는 악기가 계속해서 더 알려지고 사랑받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웃음).”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음악은 즐기면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담없이 플루트를 배우세요. 그 과정에 제가 함께할 수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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