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의 짜릿한 역전드라마, ‘고진영이 고진영했다’

입력 2021-11-22 13: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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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요즘말로 하면 ‘고진영이 고진영했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진다.

넬리 코다(23·미국)와 ‘세계 여자골프 퀸’ 자리를 놓고 시즌 최종전을 치른 고진영(26)이 마지막 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21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다승왕까지 모두 손에 넣으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고진영은 2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2021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총상금 500만 달러·59억5000만 원) 4라운드에서 단 하나의 보기도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 9언더파를 쳤다.

개인 ‘라이프 베스트’인 63언더파로 최종합계 23언더파 265타를 기록하며 2위 하타오카 나사(일본)를 1타 차로 따돌렸다. 고진영과 함께 14언더파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맞았던 코다는 3타를 줄이는데 그쳐 합계 17언더파 공동 5위에 머물렀다.

직전 대회까지 올해의 선수 포인트에서 181점으로 191점의 코다에 10점 뒤졌던 고진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30점을 추가해 211점으로 6점을 보태는데 그친 코다(197점)를 14점 차로 따돌리고 2019년 이후 2년 만에 최고의 선수 자리에 복귀했다. 한국 선수가 올해의 선수를 두 번 수상한 것은 고진영이 처음이다.

역대 여자 골프 대회 사상 최대인 우승 상금 150만 달러(17억8000만 원)를 더한 고진영은 상금 부문에서도 시즌 350만2161달러(41억6000만 원)로 238만2198달러(28억3000만 원)를 마크한 코다에 역전하며 2019년 이후 3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LPGA 투어에서 3년 연속 상금왕을 차지한 것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2006~2008년) 이후 13년 만이자, 한국 선수로는 이 역시 최초다.

고진영(오른쪽), 넬리 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윙 폼 교정과 컨디션 난조로 부진했던 전반기를 거쳐 7월 발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VOA) 클래식에서 뒤늦은 시즌 첫 승을 거뒀던 고진영은 10월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시즌 4승을 달성한 뒤 마지막 대회에서 감격적인 우승을 보태며 5승으로 코다(4승)를 제치고 다승왕 영광도 안았다. VOA 클래식 이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까지 9개 대회에 출전해 무려 5승을 따내며 통산 12승에도 입맞춤했다. 통산 12승은 박세리(44·은퇴·25승), 박인비(33·21승)에 이어 김세영(28)과 함께 한국인 통산 승수 공동 3위에 해당한다.

지난주 발표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위 코다(9.98점)에 0.95점 뒤진 9.03점으로 2위에 랭크됐던 고진영은 23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도 코다를 추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코다와 많은 것을 놓고 다툰 시즌 마지막 라운드에서 ‘고진영답게’ 멋진 역전 드라마를 펼친 셈이다.

3라운드까지 하타오카, 코다, 셀린 부티에(프랑스)와 함께 14언더파 공동 선두그룹을 형성했던 고진영은 1번(파5)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뒤 6번(파5) 홀에서 4번째 버디를 낚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는 등 무섭게 타수를 줄여갔다. 전반 9개 홀에서 5타를 줄인 뒤 17번(파5) 홀에서 마지막 9번째 버디를 잡아 최종 23언더파를 완성했다. 하타오카의 거센 추격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으며 마침내 1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도쿄올림픽 금메달 등 데뷔 후 최고의 한해를 보내다 마지막 날 ‘퀸’ 자리를 고진영에게 빼앗긴 코다는 “오늘은 ‘고진영 쇼’였다. 이런 날에는 뒤에 앉아서 구경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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