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근 수원 감독도 고개 숙였다…“팬 폭력, 변명의 여지없는 사태” [현장리포트]

입력 2022-06-22 19: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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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1(1부) 수원 삼성을 둘러싼 기류가 심상치 않다.

수원은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2’ 16라운드, 슈퍼매치에서 0-1로 졌다. 빈약한 스쿼드와 극심한 빈공 끝에 안방에서 K리그 최대 라이벌에게 무릎을 꿇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픈데, 더욱 괴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경기장 외부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태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거리두기 해제에 흥분한 탓인지 수원 팬 무리 가운데 누군가가 서울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A군을 번쩍 들어올린 뒤 바닥에 던져버리는 듯한 행위를 벌인 것이다. 공포에 질린 어린 학생이 황급히 유니폼을 벗어 던지게 만든 이른바 ‘집단린치’, 해당 장면이 담긴 영상은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퍼졌다.

분노한 서울 서포터스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제보, 피해자 측의 법적 대응, 경찰 수사, 가해자 측의 자필 사과문 게재 등 이어진 일련의 과정을 떠나 논란을 확산시킨 것은 수원 구단의 최초 대응이었다.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작은 해프닝 따위로 취급하려다 크게 지탄 받았다. 추후 입장을 바꿨으나 이미 늦었다. 당황한 수원 팬들은 “실력도 지고 매너도 졌다”며 고개를 숙였고 모기업 이미지에는 제대로 금이 갔다.

수원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몹시도 부담스런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장외에서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해 팀 안팎으로 적잖은 타격을 입었고 심리적으로 위축됐다. 3주 가량의 6월 A매치 휴식기를 보낸 수원은 슈퍼매치~전북 현대 원정(22일)~수원 더비(25일·이상 K리그1)~전북 원정(29일·FA컵)의 순으로 이어지는 스케줄과 마주한 상황이다.

이병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뒤 서서히 정상궤도로 향하려던 수원에 제대로 브레이크가 걸렸다. 특히 서울전은 이 감독이 부임 당시 “꼭 이기고 싶다”고 직접 언급한 대결이라 충격이 컸다. 단순한 한 경기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일 전북과의 K리그1 17라운드 원정경기에 앞서 만난 이 감독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불미스러운 사태였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어느 팀이든 가라앉은 사기와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원 구단 안팎에서는 “시즌 레이스에만 전념해도 부족할 판에 벌어져선 안 될 불상사까지 겹쳐 팀을 추스르기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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