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힘들어 보였나요?” SSG 주장&4번타자 한유섬이 기꺼이 다시 짊어진 무게 [베이스볼 피플]

입력 2023-01-11 17: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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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한유섬. 스포츠동아DB

“제 속이 아무리 문드러져도 절대 티낼 수 없고, 또 티내서도 안 돼요.”

지난해 SSG 랜더스는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정상을 빼앗긴 적이 없다. 김강민, 추신수 등 베테랑과 김광현, 최정 등 간판스타들이 SSG를 지탱한 것은 분명했지만, 김원형 SSG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주장과 4번타자 몫을 동시에 해낸 한유섬(34)의 공 역시 높이 산다.

한유섬은 2021년 8월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한 이재원 대신 임시 주장을 맡았다가 2022년 정식 주장으로 선임돼 팀을 이끌었다. 주장이 된 뒤 느낀 점이 많다. 그는 “도움 없이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더라. 2018년 우승했을 때, 주장인 (이)재원이 형을 최대한 도왔다곤 생각하지만, 내가 형의 입장이 돼 보니 실제론 아주 많이 달랐다”며 “주장이 무언가 결정해야 할 때가 오면 형들도 불만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네가 한 번 생각하고 결정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선택을 존중할 것’이라고 해줬다”고 돌아봤다.

한유섬은 또 한 가지 중책을 함께 맡았다. 지난해 4번타자로 팀 내 가장 많은 100경기에 선발출장해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해결사로 나섰다. 135경기에서 타율 0.264, OPS(출루율+장타율) 0.850, 21홈런, 100타점으로 팀 내 유일 세 자릿수 타점을 달성했다. 클러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WPA(승리확률기여합산·스포츠투아이)는 1.92로 팀 내 2위이자 전체 6위였다. 그러나 한유섬은 “타점 생산을 빼면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며 “사실 내가 좀 못 쳐도 동료들이 잘 치면 좋았고, 내가 못 쳐도 팀이 이기면 아무렇지 않더라”고 밝혔다.

SSG 한유섬. 스포츠동아DB


주장은 신경 쓸 일이 많다. 자신만 생각하기도 벅차지만, 동료와 팀 분위기까지 살펴야 한다. 한유섬은 “압박감이 배로 심했다. 어쩌면 그래서 힘들어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지키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강했다. 주장인 나 한 명으로 인해 팀 분위기에도 큰 영향이 생길 수 있으니 내 속이 문드러지는 순간이 와도 절대 티낼 수 없고, 또 티내서도 안 됐다”며 “이제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팀의 주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는 것 자체로 아주 만족한다”고 말했다.

한유섬은 2023시즌 주장직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는 “감독님께서 전화로 올해도 주장을 맡아달라고 부탁하셨다. 처음엔 ‘만나서 말씀해주시면 안 되냐’고 농담했는데, 끊기 전에 ‘알겠으니 몸 잘 만들고, 내가 생각하는 쪽으로 대답하면 좋겠다’며 웃으시더라. 그러곤 만나 뵙고 ‘하겠습니다’라고 내가 먼저 말씀드렸다”며 “올해는 우리 모두 부담 갖지 않고 뛰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개막 이전에 선수들에게도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부담 없이 편히,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되 재미있게 뛰자’고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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