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등처럼 스친 15년…‘팀 코리아 캡틴’ 김현수의 태극마크 반납 “난 이제 끝, 한국야구는 끝 아냐” [WBC 피플]

입력 2023-03-14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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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제 ‘KOREA’ 유니폼을 입는 건 마지막입니다.”

야구국가대표팀 주장 김현수(35·LG 트윈스)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KBO리그와 대표팀 최고의 ‘타격기계’로 활약해온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을 대신해 한국야구의 영광을 되찾아주기를 당부했다. 그는 이번 WBC를 마친 뒤 “난 이제 끝이다. ‘KOREA’ 유니폼을 입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한국야구가 끝난 건 아니다. 다음에는 후배들이 잘해주길 바란다”고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주마등처럼 스쳐간 15년

2008베이징올림픽으로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을 때 김현수는 우리 나이로 21세에 불과했다. 그의 타격 재능을 높이 산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중압감이 가장 큰 상황을 거리낌 없이 믿고 맡겼다. 숙명의 라이벌전인 한·일전, 게다가 2-2로 맞선 9회초 2사 1·2루 찬스였다. 대타로 나선 그는 당대 일본프로야구(NPB) 최고 마무리투수 이와세 히토키의 아주 낮게 제구된 공을 끝까지 따라가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김현수는 KBO리그 최고의 정확도를 갖춘 타자로 성장해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과 3차례 아시안게임(2010광저우·2014인천·2018자카르타-팔렘방) 금메달, 2015년 프리미어12 우승 등 영광의 순간마다 중심에 섰다. 2018년부터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이번 WBC까지 10번의 국제대회에서 간판타자로 맹활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뛴 62경기에서 77안타와 타율 0.353, 48타점을 기록했다. 한국야구의 중흥을 이끈 그는 “대표팀 막내로 처음 왔을 때 중압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다. 그 때 선배들과 야구한 기억이 많이 난다”면서도 “난 좋은 선배가 돼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돌아봤다.

김현수. 사진 |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진한 여운 남은 마지막 대회

김현수가 주장으로 이끈 마지막 대회인 이번 WBC를 앞두고는 추신수(SSG 랜더스)가 불러온 ‘세대교체’ 논란과도 싸워야 했다. 대표팀이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시는 과정에선 야구계 안팎의 따가운 시선도 견뎌야 했다. 그는 “선수들 모두 잘 준비했지만, 준비한 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아쉽다.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었다”며 “앞으론 우리 선수들이 부담을 떨쳐내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선 나도, 우리도 모두 긴장했다. 긴장감 속에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대표팀에서 마지막 경기가 된 13일 중국전, 김현수는 탈락 확정에도 불구하고 도쿄돔을 찾아준 팬들에게 공을 건네고 사인을 해주는 등 감사인사를 전했다. KBO 관계자는 “김현수 선수가 우리 대표팀의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일일이 찾아 ‘고맙고, 미안하다’며 인사를 건넸다”고 귀띔했다. 김현수는 “이번에도 ‘놀러왔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도 많은 팬이 경기장을 찾아 응원해주셨다. 우리가 못해 실망스러우셨을 테지만, 감사했다. 난 내려올 때가 된 것 같다. 나보다 더 좋은 선수가 나올 테니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도쿄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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