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궁색한 해명의 끝은 임시 이사회 개최

입력 2023-03-30 16: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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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대통합을 위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대한축구협회(KFA)가 28일 ‘이사회 축구인 사면 의결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밝힌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의 이유다.

2011년 우리 사회를 강타한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태’의 관련자들에게 28일 KFA 이사회가 사면을 의결하자마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결국 KFA는 “31일 오후 4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어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 건에 대한 재논의에 들어가겠다”고 30일 밝혔다.

당초 사면 취지와 배경, 적절성, 대상자 공개 여부 등에 대해 모두 석연찮은 해명으로만 일관하다가 돌연 임시 이사회 개최를 알렸다. 승부조작 가담자에 대한 사면을 대한체육회가 반려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축구계의 일원인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시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중의 분노까지 들끓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KFA는 승부조작 가담자 사면의 취지와 배경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과 12년만의 16강 진출을 기념하고, 올해 KFA 창립 90주년을 맞아 축구계 대통합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축구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이들을 축구계가 맞이한 축제의 가장 큰 수혜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에 축구팬들의 분노를 대변하고자 29일 K리그2 성남FC 서포터스 ‘블랙리스트’는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평창 유나이티드의 FA컵 2라운드 경기에 “승부조작, 우리는 용서한 적 없다”는 내용이 적힌 걸개를 들고 나왔다. 온·오프라인에서 KFA를 향한 축구팬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그럼에도 KFA는 엉뚱한 추가 해명으로 성난 팬심에 기름을 끼얹었다. 사면 대상자 공개 여부에 대해 “명단 공개 시 이들의 징계 사실을 공표하게 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면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에도 “이들이 이미 국가의 처벌을 받았고 긴 시간 반성했다고 판단했다”며 “이들이 선수로 활동하기도 힘들고, KFA 등록규정에 따라 지도자, 심판, 선수관리담당자로서 활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지속적 감시를 약속했지만, 궁색한 해명이라는 여론이 빗발쳤다.

임시 이사회가 열리지만, 비판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KFA가 축구팬들의 상처와 분노를 봉합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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