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었다” 스스로 낸 결과 받아들인 KIA 이의리, 발전의 시작은 인정으로부터

입력 2023-04-03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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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이의리. 스포츠동아DB

“최악이었죠.”

KIA 타이거즈 이의리(21)는 자신을 냉정하게 바라봤다. 2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 선발등판했는데, 제구가 들쑥날쑥해 5이닝 3안타 6볼넷 3실점 1자책점을 기록했다. 야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 선발승을 따냈으나, 아쉬운 점이 많았다.

경기 후 그는 취재진에게 “재밌게 던지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최악이었다고 써달라. 볼넷을 그렇게 주고도 5이닝을 던진 건 야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최악’은 자신의 투구를 이보다 더욱 심한 표현에 빗댔다가 좀더 정제한 뒤 꺼낸 말이었다.

직구 제구가 엉망이었다. 이날 던진 101개 중 71개를 직구로 구사했는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32개가 볼이 됐다. 스트라이크존 복판에 몰린 공은 드물었지만, 가장자리를 노리다가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의리는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지 못하다 보니 나 혼자만의 싸움을 하게 됐다. 점차 만족스러운 제구도 나오기 시작했지만, 처음부터 내 리듬대로 던지지 못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스포츠동아DB


이의리는 빠르고 강한 직구가 장점인 좌완투수다. KBO 공식기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직구 평균구속은 시속 146.1㎞로 리그 전체 좌완 선발투수들 중 1위였다. 2일에는 평균구속 147.3㎞를 기록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와 섞어 완급조절을 하다가 허를 찌르기에도 좋은 무기다. KBO 기술위원회가 2020도쿄올림픽에 이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에 그를 잇달아 발탁한 것도 이런 강력한 구위 때문이다.

이의리는 WBC에서 세계 각국의 뛰어난 투수들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 한국야구는 제구 향상을 위해선 구속을 줄이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고정관념에 오랜 시간 빠져있는데, 그는 구속과 제구가 반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점도 확실히 안다. 그는 “살살 던진다고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건 아니다”며 “빠르게 던지려 악을 쓰지 않아도 구속은 잘 나올 수 있다. 몸에 힘이 늘면 구속도 자연스레 늘 테지만, 커맨드 향상에는 경험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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