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테면 쳐봐”…SSG 김원형 감독, ‘쌍방울 에이스’ 기백 닮은 신인 송영진에게 반색 [스토리 베이스볼]

입력 2023-04-06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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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쉴 때 쉬었는데….”

SSG 랜더스 김원형 감독(51)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 지명한 투수 송영진(19)을 기특해한다.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 정규시즌까지 지켜보니 과거 자신과 닮았거나 독특한 인상이 남은 듯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악천후로 훈련을 취소한 어느 날, 김 감독은 숙소에서 송영진과 수차례 마주쳤다. 김 감독의 눈에는 줄곧 운동복을 입고 있던 모습이 띄었다. 김 감독은 “몇 번 마주쳐 ‘어디 가느냐’고 물었더니 개인운동 루틴을 지키러 간다고 하더라. 난 신인 때 그냥 쉬었는데(웃음), 갓 신인이 참 기특했다”고 돌아봤다.


● ‘칠 테면 쳐보라’ 패기만만한 신인

김 감독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쌍방울 레이더스의 에이스였다. ‘만년 꼴찌’의 에이스였지만, 기백만큼은 어느 누구와 견줘도 모자라지 않았다. 선·후배 문화가 몹시 강했던 1990년대 초반, 고교를 막 졸업한 신인이 원하는 사인이 나올 때까지 선배 포수에게 고개를 끝까지 흔들다가 혼도 났지만, 설령 안타가 돼도 후회는 없었다. 김 감독에게는 ‘내가 원한 공을 내가 원한 곳에 던졌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1993년 4월 30일 OB 베어스(현 두산)를 상대로 달성한 역대 최연소(만 20세 9개월 25일) 노히트노런은 김 감독의 젊은 날을 상징하는 대표적 기록이 됐다.

김 감독은 ‘칠 테면 쳐보라’는 마음으로 던지던 송영진에게서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송영진은 김 감독의 선수 시절 투구를 유튜브에서 직접 검색해 찾아봤다. 30년 전 일이라서 동영상 길이는 짧았지만, 강한 인상이 남았다. 그는 “쌍방울에 계실 때 투구를 찾아서 봤다. 감독님이 정말 멋졌다. 감독님께서 ‘나와 닮았다’고 해주신 것만 해도 참 감사한데, 나도 감독님 선수 시절처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그래도 패기만큼은 젊었을 때 내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농담하더니 “앞으로 잘 준비해 마운드에 올라가면 다른 사람이 돼야 한다”고 덕담했다.


● “공이 더럽습니다!”

송영진의 공은 소위 ‘더럽다’고 평가받는다. 시속 140㎞대 중후반의 직구지만, 공끝이 요란하게 휘어 꽂히거나 움직임이 많다는 뜻이다. 올 시즌 시범경기 4게임에서 1승1홀드, ERA 1.50(6이닝 1자책점)으로 선전한 배경에도 구질의 특성이 미친 영향은 분명 컸다. 송영진의 공을 받은 포수 이재원은 “마치 외국인선수의 구질 같다”고 평가했다. 송영진은 “(이)재원 선배께서 좋게 평가해줘 확실한 장점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내 공끝이 지저분하다는 점을 잘 아니 장점을 좀더 살려 던질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천|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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