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허경민. 스포츠동아DB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사령탑 데뷔시즌을 함께할 주장으로 허경민(33)을 택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일찌감치 주장을 낙점한 이유는 분명했다. 주장이 아닐 때도 선배들에게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베풀고, 때로는 경기력이 느슨해지지 않게 다잡던 허경민의 리더십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두산 구단이 2021시즌을 앞두고 그에게 4+3년 최대 85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안기며 사실상 ‘종신 베어스 맨’으로 만든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허경민은 “사실 주장이 되고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주장이 아닐 때도 팀이 지면 속상하고, 힘들었다”며 “주장이 된 지금은 다들 옆에서 도와주고, 든든한 형들과 (정)수빈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팀 타선 전반에 갑작스럽게 침체가 찾아왔지만, 허경민에게는 이마저도 책임감을 강하게 만든 요인이 됐다. 두산은 4월 한 달간 팀 타율 0.243(8위)으로 저조했는데, 개막 초반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점차 하향세를 그려 이 감독에게도 적잖은 고민이 됐다. 5월 초까지도 반등이 요원했다. 허경민은 “우리가 실점하고 따라가는 점수가 늦게 나와 그동안 많이 힘든 경기를 했다. 솔직히 주장을 맡으면서 우리 팀의 승리에 많은 도움이 돼야 했다. 마음속으로 ‘언제 도움이 될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허경민은 타석에서 결과를 보여주는 것으로 동료들에게 긍정적 자극을 심어줬다. 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홈런 한방을 포함해 4타수 3안타로 타선의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팀의 5-2 승리에 앞장섰다. 이 감독은 2번타자로 나서던 그를 이날은 6번타자로 내리는 대신 호세 로하스~김재환~양의지의 타순을 앞으로 당겨 분위기 쇄신을 꾀했는데, 이 역시 효과가 있었다.
올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0.281, 2홈런, 10타점을 기록 중인 허경민은 “우리 팀 타격이 전체적으로 좋아지는 신호라고 생각하고 좋게 여기고 있다”며 “선수라면 어느 타순에 서든 그 타순에 맞게 쳐야 한다. 그게 내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내가 어느 타순에서든 해줄 것이라고 생각해주신다”며 “그래도 난 하위타순보다는 위쪽에서 공헌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하루 빨리 타격감을 찾아 승리에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장의 경기력은 예년에 미치지 못할지라도, 팀의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허경민에게는 팀 전체가 타격 컨디션을 금세 회복할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다. 그는 “지금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 안 좋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들 능력이 있고, 다들 실력이 있는 선수들이다. 선수들도 잘 풀리지 않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서 모두 더 노력하고 있다. 투수들이 정말 잘 던져주고 있다. 우리 타자들이 투수들에게 큰 힘이 돼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사직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