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동원(왼쪽), 한화 노시환. 사진 |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최근 10여년간 KBO리그 ‘토종 홈런왕’ 경쟁은 박병호(37·KT 위즈)-최정(36·SSG 랜더스)의 맞대결로 압축된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박병호가 6차례(2012·2013·2014·2015·2019·2022년), 최정이 3차례(2016·2017·2021년) 타이틀을 차지하며 사실상 서로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전을 치러왔다.
그러나 이 같은 판도가 2023시즌 들어 조금이나마 변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이지만, 새 얼굴들이 등장하면서 박병호와 최정의 이름이 상위권 아래로 내려갔다.
공교롭게도 15일까지 올 시즌 홈런 레이스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타자들은 박병호와 최정처럼 우타자들이다. LG 트윈스 박동원(33), 한화 이글스 노시환(23)이 단 1개 차이로 홈런 선두를 다투고 있다.
박동원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했다. 4년 총액 65억 원의 대형 계약이다. 현재까지는 몸값을 충분히 해내는 모습이다. 34경기에서 타율 0.257, 9홈런, 24타점, 16득점의 성적을 거뒀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타격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 단연 홈런이 돋보인다.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도 대포를 쏘아 올리는 등 홈런 부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5월 9경기에서 무려 5홈런을 터트렸다.
노시환은 박동원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34경기에서 타율 0.346, 8홈런, 21타점, 25득점이다. 정확도 면에선 박동원을 압도한다. 한화의 중심타자로서 팀 반등의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노시환은 이미 지난해 115경기에서 터트린 6홈런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자신의 시즌 홈런 커리어하이는 2021시즌 107경기에서 터트린 18홈런이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한 시즌 20홈런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두산 양석환(왼쪽), 한화 채은성. 사진 |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이들 외에도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는 토종 우타 거포는 더 있다. 두산 베어스 양석환과 한화 채은성은 나란히 홈런 6개씩을 날리며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몰아치기 능력도 갖추고 있는 만큼 언제든 박동원과 노시환을 위협할 수 있는 타자들이다.
그동안 박병호와 최정의 2파전으로 전개됐던 토종 홈런왕 경쟁. 올 시즌 초반 판도는 새 얼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홈런왕 타이틀을 꿰찰 수 있을까. 기존 두 거포의 반격 또한 만만치는 않을 전망이다. 2023시즌 토종 홈런왕 경쟁이 흥미로운 이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