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은 19일 중국 쑤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벌어진 대만과 2023수디르만컵 8강전에서 매치스코어 3¤1로 이겼다. 6년 만의 대회 정상 탈환과 통산 5번째 우승을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한국은 덴마크-말레이시아 경기 승자와 다음날(20일) 4강전을 치른다.
전날(18일) 늦은 밤 대만과 8강 대진이 확정됐을 당시 한국대표팀 내 분위기는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2020도쿄올림픽 여자단식 은메달리스트 타이쯔잉(세계랭킹 3위),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 리양-왕치린(15위)의 최근 페이스가 좋지 않아 해볼만 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당초 대진을 기대했던 덴마크, 말레이시아 등과 비교하면 한국이 강점인 여자단식에서 확실히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에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어차피 토너먼트에선 1~5매치 모두 팽팽하게 흘러간다. 어느 팀을 만나도 상황은 비슷하다”며 “중국을 결승전까지 만나지 않는데다, 대만을 넘어서면 덴마크-말레이시아 경기 승자와 4강에서 만나니 더 낫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체감한 한국은 1매치 혼합복식부터 서승재-채유정(5위) 조합을 가동했다. 이번 대회 내내 서승재를 남자복식에만 기용했지만, 1매치부터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복안이었다. 대신 4매치 남자복식은 그 동안 혼합복식에서 맹활약했던 김원호를 나성승과 함께 출전시키는 변칙 전략으로 나섰다. 대만도 남자복식에서 기존 리양-왕치린 대신 리양-예홍웨이(랭킹 없음) 조합으로 나섰다.
1매치에서 서승재-채유정은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며 양포슈안-후링팡(30위)를 세트스코어 2-0(21-17 21-19)으로 돌려세웠다. 2세트에서 한때 5점차 리드를 허용했지만, 상대 챌린지(비디오 판독) 실패를 틈타 채유정의 네트 플레이와 서승재의 스매싱이 살아난 덕분이었다. 경기 내내 대만과 중국 관중이 합세해 ‘짜요’를 외쳤지만, 한국 벤치도 흔들리지 않고 북을 두드리며 기세에서 밀리지 않았다. 전날 한식당을 운영하는 교민이 갖다 준 북 덕분에 이날도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2매치에서 이윤규(213위)가 추티엔천(5위)의 스매시를 넘지 못하며 0-2(17-21 16-21)로 패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었던 여자단식은 예상대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안세영(2위)은 타이쯔잉에게 상대전적 4승2패로 앞섰지만 지난달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패해 이날도 고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타이쯔잉을 2-0(21-13 22-20)으로 일축하며 우려를 불식했다. 경기 초반 안세영은 타이쯔잉이 헤어핀 드롭을 드리븐 클리어로 받아치고, 높은 서브를 구사하는 전략으로 나서자 1-5로 밀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긴 랠리 승부에서 안세영의 장기인 수비력이 살아났고, 코트 구석을 파고드는 스매시로 타이쯔잉을 무너뜨렸다. 1세트 후반부터 타이쯔잉이 높은 공 대신 좌우를 흔드는 전략으로 나섰지만 흔들리지 않고 21-13으로 첫 세트를 잡아냈다. 2세트에서도 20¤20으로 팽팽하게 맞선 듀스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상대 네트범실을 유도한 뒤, 강스매시로 3매치를 매조지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4매치 남자단식에서 김원호-나성승(803위)이 리양-예홍웨이에 2-0(21-19 기권승) 승리를 거두며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3-3으로 맞선 1세트 초반 김원호의 서브 동작을 놓고 리양-예홍웨이가 ‘라켓을 너무 흔든다’며 항의했고, 관중들도 기분 나쁜 웃음을 보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기존 서브 동작을 유지하면서 리양-예홍웨이를 공략했다. 18-18로 맞선 세트 막판 김원호의 강스매시, 상대 네트 범실로 세트포인트를 따냈고, 1점을 내줬지만 김원호가 재차 강스매시를 날려 첫 세트를 따냈다. 한국은 첫 세트를 이기는 과정에서 대만 리양이 왼 발목을 접질려 2세트에서 기권승을 거두며 4강행 티켓을 잡았다.
이날 경기 후 안세영은 스포츠동아와 만나 “이틀 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1위)에 이어 이날 타이쯔잉까지 만나며 결승전을 2번이나 치른 것 같다”면서도 “과거 수디르만컵때 나 때문에 진 경기가 많아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쑤저우(중국)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