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채은성이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4회말 2사 만루서 좌월 그랜드슬램을 터트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이후 2번째 올스타전 만루홈런의 주인공인 그는 ‘미스터 올스타’로 선정됐다. 사직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이래 홈런 레이스 우승과 ‘미스터 올스타’로 불리는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 선정의 기쁨을 한꺼번에 누린 선수는 없었다. 무려 41년간 전무후무했던 기록이지만, 채은성에게 그 영광이 허락됐다. 채은성은 15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에서 홈런 레이스 우승과 올스타전 MVP를 모두 거머쥐었다.
단 6방이면 충분했다. 채은성은 14일 올스타전 전야제로 펼쳐진 홈런 레이스에서 홈런 5개로 우승을 차지했다. 준우승자 박병호(KT 위즈)가 초반부터 홈런 4개를 빠르게 몰아쳐 채은성을 긴장하게 만들었지만, 5개의 벽을 넘진 못했다. 채은성은 이튿날인 15일 펼쳐진 올스타전에선 호쾌한 만루포로 나눔올스타의 2년 연속 승리를 이끌었다.

한화 채은성이 15일 KBO 올스타전 MVP에 선정돼 트로피에 입맞춤하자 문동주(오른쪽) 등 동료들이 축하의 의미로 물을 뿌리고 있다. 사직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이뿐만이 아니라 올스타전 5타점도 2019년 한유섬(SSG 랜더스) 이후 역대 2번째다. 홈런 레이스의 기운이 본 경기까지 고스란히 이어진 것이다. 채은성은 “영향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홈런 레이스 때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려고 조정을 거쳤는데, 이 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홈런 레이스에서 호흡을 맞춘 LG 트윈스 시절 동료 유강남(롯데 자이언츠)의 영향도 컸다. 여기에는 뒷이야기가 있다. 채은성은 “유강남 본인이 내게 ‘함께하자’고 직접 요청했다. 전반기가 마무리되고 나서 연락을 받았다. ‘배팅볼을 누가 던져주느냐’고 묻기에 ‘없다’고 했더니 ‘난 해본 경험이 있다. 내가 던지겠다’고 하더라”고 털어놓았다.

1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올스타전’ 컴투스프로야구 홈런레이스에서 5개의 홈런을 친 한화 채은성과 롯데 유강남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직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당초 유강남이 홈런 레이스에서 파트너를 이루려고 한 선수는 팀 동료 한동희였다. 한동희는 유강남과 연습도 했다. 그런데 대회 직전 마음이 바뀌었다. 연습 당시 유강남의 제구가 불안정해 편히 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롯데 전준우는 “우리도 (한)동희의 파트너로 (유)강남이를 엄청 추천했다. 동희도 연습 때는 정말 잘 쳤는데, 우승하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채은성은 “처음에는 강남이 공을 다들 한번 쳐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하더라”며 웃은 뒤 “그래도 난 강남이와 친하니 끝까지 믿었다”고 말했다.
상금 분배 이야기도 빠질 수 없었다. 14일 홈런 레이스 우승상금은 500만 원이다. 채은성은 ‘유강남이 절반을 기대하더라’는 취재진의 말에 “다시 조율해보겠다. 내가 고생했으니 내가 더 가져가야 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협상은 이튿날 최종 성사됐다. 채은성은 “강남이와는 6대4로 나누기로 했다. 강남이가 본인의 양심상 5대5는 안 된다고 해 6대4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직 |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