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선수에 키스 → “성폭력” 거센 비난 …스페인 축협 회장 결국 사과

입력 2023-08-22 1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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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영상 캡처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축구협회장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후 자국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입술에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20일 결승전에서 스페인이 잉글랜드에 1-0으로 승리한 후 시상식에서 스페인 공격수에게 키스를 했다. 에르모소는 처음엔 “즐겁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이후 성명에서 루비알레스 회장을 옹호했다.

BBC에 따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축구협회가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영상을 통해 “내가 완전히 틀렸다, 인정해야 한다”며 “흥분된 상황에서 나쁜 의도는 아니었다. 그 순간에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밖에서는 소란이 일어났다. 그 장면이 여러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난 사과해야만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하며 한 기관의 수장으로서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새길 것”이라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키스’ 사태로 인해 소셜 미디어는 물론 스페인 정부 장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스페인의 평등부 장관인 아이린 몬테로는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한 형태”라며 “동의 없이 키스를 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난했다.미켈 이세타 체육부 장관은 스페인 공영 라디오 방송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해명하고 사과하는 게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당시 영상을 보면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으로부터 우승 메달을 받은 에르모소와 기쁨의 포옹을 하면서 뺨을 비볐다. 그러다 갑자기 양손으로 스페인 최다 득점자인 에르모소의 머리를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키스를 했다.

해당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자 거센 비난이 일었다. 스페인의 X(옛 트위터)에선 “지금 사퇴해”(dimision ya)가 유행어로 떠올랐다.
에르모소는 시상식 후 로커룸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관련 질문에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고 답했으나 나중에 스페인 축구 연맹이 발표한 성명에서는 ‘자연스러운 애정의 몸짓’이었다고 태도를 바꿨다.

그는 “월드컵 우승이 가져다준 엄청난 기쁨으로 인해 서로 간에 완전히 자발적으로 한 동작이었다”고 말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스페인 방송사 COPE와의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축하하는 두 친구 사이의 키스”였다며, 이를 다르게 보는 이들은 “멍청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은 그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의 주요 매체들도 그의 행동이 '동의 없는 신체 접촉'인 만큼 광범위하게 보면 성폭력에 가깝다고 질타했다.

결국 그는 다음날 고개를 숙였다.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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