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전 에이스’들이…” KT 마운드 견고함 더할 키워드 ‘편차 줄이기’

입력 2023-09-12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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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이강철 감독. 스포츠동아DB

“우리는 상대하는 팀마다 에이스가 따로 있나 봐요.”

선두 LG 트윈스를 뒤쫓는 KT 위즈는 견고한 선발진을 보유한 팀이다. 외국인투수 웨스 벤자민과 윌리엄 쿠에바스는 합쳐서 20승을 넘긴 지 오래고, 고영표~엄상백~배제성으로 구성된 국내 선발진도 탄탄하다. 팔꿈치 인대를 다친 소형준이 빠졌는데도 선발승 횟수(47승·11일 기준)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했던 키움 히어로즈(34승), 투수 3관왕을 향해 가는 에릭 페디의 NC 다이노스(42승)도 선발투수간의 실력 편차가 크지 않은 KT에는 못 미친다.

그런데 이강철 KT 감독(57)의 눈에는 뚜렷한 편차가 한 가지 보였다. 선발투수마다 특정팀을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일 때가 잦았다. 이 감독은 “우리 팀에는 상대하는 팀마다 에이스라고 불러야 할 투수가 따로 있는 듯하다”며 웃은 뒤 “어떨 땐 우리 선발투수들한테 ‘KT의 에이스’라고 하기보다 ‘○○팀을 상대했을 때 에이스’라고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벤자민은 올 시즌 LG를 상대로 4전승, 평균자책점(ERA) 0.84로 매우 강했다. 롯데 자이언츠에도 3전승, ERA 2.12로 강했다. 하지만 SSG 랜더스에는 2경기에서 1승1패, ERA 6.75에 그쳤다. 그런가 하면 고영표는 롯데(3전승·0.93)뿐 아니라, 벤자민을 흔든 SSG(3전승·2.05)에도 강했다. 쿠에바스는 SSG(2경기·1승무패·2.08)에는 잘 던졌지만, 벤자민이 강했던 LG를 상대로는 3경기에서 승패 없이 ERA 11.45로 부진했다. 이 감독은 서로 꼬리를 물고 무는 듯한 구도에 “이렇다 보니 누구를 1선발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간혹 있다”며 웃었다.

이 같은 편차를 줄이면 대권을 노리는 KT도 더 큰 상승동력을 얻을 수 있다. 당장 선발로테이션 구상에도 숨통이 트인다. 올 시즌 어떤 팀을 상대로든 대체로 고르게 활약한 엄상백이 선발진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편차 해소의 중요성도 실감할 수 있다. 엄상백은 지난달 말 갈비뼈를 다쳐 회복 중이지만, 부상 전까지 KIA 타이거즈(4경기·2패·5.70)를 제외한 8개 구단에 3점대 이하의 ERA를 기록했다.

이 감독은 “(엄)상백이가 지금은 부상에서 회복 중이라서 곧 돌아올 테지만, 이전까지 우리 선발진에는 정말 큰 존재였다. (다른 선발투수들과 비교해) 가장 편식이 없는 투수가 상백이었다. 어느 팀과 맞붙든 성적이 두루 좋았다. 그러다 보니 선발로테이션을 짤 때도 수월한 면이 있었는데, 우리 투수들이 고전했던 한화 이글스나 키움을 상대로도 두루 잘 던졌다”고 돌아봤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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