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아픔’ 금메달로 극복한 남자양궁 이우석 [아시안게임]

이우석.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병역 혜택은 아시안게임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거나, 이행 중인 남자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이는 엄청난 동기부여이자, 논쟁거리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간발의 차로 이 혜택을 보지 못했던 남자양궁국가대표 이우석(26·코오롱)의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이 특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우석은 자카르타·팔렘방대회 양궁 남자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은메달을 따냈다. 충분히 값진 결과였지만, 당시 국군체육부대(상무) 이등병 신분이던 그는 조기 전역 후 오롯이 양궁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개인전 결승 상대였던 선배 김우진(31·청주시청)도 이우석의 병역 문제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승리만을 바라봤고, 정정당당히 겨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이우석은 “어차피 한국 남자라면 모두 다녀와야 하는 곳이다. 병역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며 환하게 웃었지만, 아쉬움이 남지 않을 리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러 이우석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한번 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이우석은 향후 한국양궁의 주역”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던 선배 김우진의 말대로, 그는 한 뼘 더 성장해 돌아왔다. 4일 임시현(20·한국체대)과 짝을 이뤄 출전한 리커브 혼성단체전에서 아시안게임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후배 임시현의 긴장을 풀어주는 모습에선 베테랑다운 면모도 느껴졌다. 그는 자카르타·팔렘방대회를 돌아보며 “그 때 정말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에 정말 악착같이 준비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우석의 대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6일 오진혁(42·현대제철), 김제덕(19·예천군청)과 함께 출전하는 남자단체전에서 2관왕을 노린다. 일본과 8강전부터 온 힘을 쏟아야 한다. 혼성단체전 결승에서 맞붙었던 후루카와 다카하루와 리턴매치도 주목할 만하다. 7일에는 일팟 압둘린(카자흐스탄)과 개인전 동메달 결정전에 나선다. 비록 개인전에선 아쉬움을 삼켰지만, 그토록 꿈꿔왔던 금메달을 목에 건 만큼 한결 홀가분한 마음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의지다. 5년 전 느꼈던 아픔은 항저우대회의 성공을 위한 자양분이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