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골키퍼는 시각·청각 정보 분리 능력 탁월” [스포츠 사이언스]

더블린시티대 교수연구팀 논문 발표
GK·타포지션 선수·일반인 60인 대상
이미지와 부저음 노출 횟수 지각 실험
다양한 상황의 경험 통해 체득한 듯

골문의 파수꾼 역할을 하는 골키퍼가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은 필드를 뛰어다니는 다른 포지션의 선수들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데이비드 맥거번 아일랜드 더블린시티대 교수 연구팀은 골키퍼들은 세상을 인지하고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선수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연구 결과를 10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다.

연구 논문의 1저자이자 전 아일랜드 국가대표 선수인 마이클 퀸은 “골키퍼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제한적이거나 불완전한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수 천 가지의 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며 “골키퍼가 다양한 감각 정보를 결합할 수 있다는 가설을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일반 선수와 골키퍼의 감각정보를 처리하는 능력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연구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골키퍼와 다른 포지션의 선수, 일반인 등 총 6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제시했다. 각 그룹에게 1장 혹은 2장의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부저음을 1∼2회 들려주거나 들려주지 않았다.

사람은 이미지와 소리에 노출되면서 시각과 청각 자극의 통합을 경험하게 된다. 일반적인 사람은 한 장의 이미지를 2회의 부저음과 함께 노출했을 때 두 장의 이미지를 본 것으로 착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착각은 통상 시각 자극과 청각 자극이 발생하는 시간 간격이 길어질수록 줄어들게 된다. 만약 자극을 주는 시간 간격을 줄였을 때 착각이 발생하는 횟수가 줄어든다면 이는 복수의 감각을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험 결과 골키퍼인 실험 참가자들은 다른 참가자 그룹과 비교했을 때 자극과 자극이 가해진 시간의 간격이 짧았음에도 착각을 일으키는 횟수가 적었다. 골키퍼만이 가진 독특한 정보처리 특성도 발견됐다. 골키퍼는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를 통합하지 않고 분리하는 경향이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골키퍼는 종종 부분적이거나 불완전한 감각 정보에 의존해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이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골키퍼들은 공중에서 공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보는 동시에 공이 걷어차이는 소리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시각과 청각 정보는 슛을 날리는 선수가 경기장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결합될 수 있다. 경기 중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선 시각정보와 청각정보를 분리해서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체득했다는 설명이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