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스포츠동아DB
출발은 빅클럽 입성이었다.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유럽 최고의 명문 중 하나인 PSG 유니폼을 입었다. 수많은 팀이 차기 행선지로 거론됐으나, 프랑스 리그앙(1부)은 당연하고 유럽 타이틀에 꾸준히 도전하는 PSG로 향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얼마 전에는 황선홍 감독의 24세 이하(U-24) 대표팀에 발탁돼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 이은 사상 첫 아시안게임 3연패는 단순한 성과가 아니다. 병역 혜택을 통해 유럽무대에서 롱런을 보장받았다.
절정의 분위기는 국가대표팀으로도 이어졌다. 아시안게임을 마치자마자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입소해 튀니지(13일·서울월드컵경기장)~베트남(17일·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이어진 10월 A매치 2연전에 참여했다.
그리고 또 해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독일)의 각별한 신뢰 속에 튀니지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신고했다. 전매특허인 왼발 프리킥이라 훨씬 더 값졌다. 내친 김에 그는 상대 진영 한복판에서 침착한 볼 컨트롤에 이은 터닝슛으로 멀티골까지 수확했다.
이강인. 사진출처 | 파리 생제르맹 SNS
‘벤투호’에선 여러 이유로 주전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영국 원정으로 치른 웨일스~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2연전은 부상 때문에 건너뛸 수밖에 없었으나, 이강인의 출전이 가능할 때면 최대한 많은 시간을 부여했다.
10월 대표팀 소집 기자간담회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PSG에서 이강인은 주전경쟁을 하고 있다. 항상 출전시간에 목마른 그를 도울 것”이라고 약속했고,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우려해서인지 “더 축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남겼으나,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밝았다.
이강인의 도약은 더 없이 반가운 일이다. 한국축구의 10년을 짊어질 ‘에이스 계보’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2000년대에는 박지성(42·전북 현대 테크니컬 디렉터)이 있고, 2010년대부터는 손흥민(31·토트넘)이 이끌고 있다.
한국축구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손흥민 등 1992년생들이 조금씩 물러나는 대신 그 자리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 1996년생들이 채우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에이스 계보는 2001년생인 이강인이 이을 공산이 높다. 튀니지전 후반 추가시간 교체돼 벤치로 돌아온 이강인을 꼭 안아준 주장 손흥민은 “이제는 내가 없어도 되지 않겠나 싶었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축구의 어제와 오늘, 또 내일이 순조롭게 맞물려가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