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범(왼쪽)은 18일 전남 목포실내수영장에서 벌어진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남고부 접영 100m 결선에서 한국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양재훈(오른쪽)이 직후 열린 남자일반부 접영 100m 결선에서 한국기록을 재경신하며 불과 5분만에 한국기록 보유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러나 김영범과 양재훈 모두 아쉬움과 미안함 대신 ‘시너지’를 강조했다. 목포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양재훈은 18일 전남 목포실내수영장에서 벌어진 전국체전 6일째 수영 남자 일반부 접영 100m 결선에서 51초85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번 대회 계영 400m(3분15초94)와 계영 800m(7분18초42) 정상에 이은 개인 3관왕이자 이 종목 한국 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종전 기록은 같은 장소에서 5분 전에 남고부 김영범이 작성한 기록이었다. 김영범은 51초97로 황선우(20·강원도청)가 지난해 11월에 작성한 기록(51초99)을 넘어섰지만, 한국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불과 5분밖에 올려놓지 못했다. 대한수영연맹에서 주어지는 한국신기록 포상금 100만 원만이 주어졌다.
그러나 김영범과 양재훈은 기록 재경신에 따른 아쉬움과 미안함 대신 웃는 모습으로 수영장을 떠났다. 이날 스포츠동아와 만난 김영범은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다음 기회에 깨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 더 노력해야 한다”며 “아직 돌핀킥 등 보완해야 할 점이 많지만 충분히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록 경신과 재경신 소감을 밝혔다. 양재훈도 “기록 재경신에 앞서 (김)영범이가 좋은 기록으로 한국신기록을 수립해줘 동기부여가 됐다. 고등학생이 이렇게 좋은 기록을 내는 것 자체가 대견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아닌 기록을 넘어서라’는 기록 종목의 격언처럼 김영범과 양재훈 모두 서로를 넘는 대신 50초대 진입을 노린다. 김영범은 2022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혼계영 400m에 출전해 황선우~이주호~최동열과 함께 한국기록(3분32초05)을 수립한 적 있는 ‘될성 부른 새싹’이다. 양재훈도 황선우~이호준~김우민과 나선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남자계영 400m 은메달(3분12초96)과 남자계영 800m 금메달(7분01초73)을 목에 걸 정도로 상승세가 뚜렷하다. 이 은메달은 한국기록, 금메달은 아시아기록일 정도로 뛰어난 성적이었다.
특히 양재훈은 이번 기록경신 순간이 극적이어서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겠다고 말한다. 그는 앞서 오전에 열린 접영 100m 예선에서 ‘턴을 하는 과정에서 전신이 물에 잠기면 실격이다’라는 규정에 따라 실격처리 됐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손가락 윗부분이 물 밖으로 나와 있어 판정이 번복됐다. 그는 “다 같이 좋은 기록을 내면 시너지가 발생해 한국수영의 발전을 이끌 수 있다. 나 또한 앞서 (황)선우가 종전 내 기록(52초33)을 깼던 당시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며 “이젠 50초대 진입을 노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영범도 “한국기록에 잠시나마 이름을 올려봐 큰 동기부여가 됐다. 내 수영인생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순간이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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