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오른쪽)이 23일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 2024 KOVO컵 남자부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3-0 완승을 거둔 뒤 요스바니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새 시즌 사상 첫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말로 강한 목표달성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제공|KOVO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2023~2024시즌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제패하며 사상 첫 통합 4연패를 달성했지만, 당시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핀란드)은 “당분간은 배구 생각 대신 쉬고 싶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시즌에도 질 생각이 없다”는 말로 통합우승 숫자를 ‘5’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새 시즌을 앞두고 21일부터 경남 통영체육관에서 열린 2024 통영-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에서도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말로 대회를 시작했다. 지난 시즌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자원 재미를 크게 보지 못한 반면, 올 시즌 외국인선수로 요스바니(쿠바), 아시아쿼터 자원으로 아레프(이란)를 데려오며 전력이 크게 강화됐지만 방심하지 않았다.
KOVO컵에서 만난 틸리카이넨 감독은 “리그 최고 전력에 요스바니와 아레프가 가세했는데도 배가 고픈가”라는 질문에 “KOVO컵에서 다른 팀들의 경기를 보면서 리그 판도에 크고 작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매 경기 최고의 경기력을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며 “당연히 모든 것이 완벽할 순 없다. 서브의 정확도, 서브 이후 수비 동작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나 늘 발전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같은 허기는 대한항공을 더 높은 곳으로 이끌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KB손해보험과 대회 남자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5-15 23-25 26-24 25-15)로 꺾은 데 이어, 23일엔 OK저축은행에 3-0(25-22 25-19 25-22) 승리를 거두면서 결과와 과정 모두 챙겼다. 2승을 거두며 25일 현대캐피탈전 결과와 상관없이 대회 4강 토너먼트 진출권을 획득해 분위기를 더욱 끌어올렸다.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요스바니와 세터 한선수, 미들블로커(센터) 김규민과 김민재 등 주전들이 제 몫을 한 가운데, 미들블로커 조재영과 이수황,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이준과 정한용, 리베로 강승일 등 로테이션 멤버들 모두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점이 최대 수확이었다.
특히 팀 내 걸출한 자원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했던 이준이 KB손해보험전(9점·공격성공률 45.00%·리시브효율 50.00%)과 OK저축은행전(10점·공격성공률 52.63%‧리시브효율 53.33%)에서 제 몫을 한 점이 반갑다. 강승일 역시 OK저축은행전에서 리시브효율 80.00%를 기록하며 새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오은렬의 대체자로 떠올랐다. 이들 모두 새 시즌 코트와 벤치를 오가며 팀에 탄력을 불어넣기 충분한 자원들이다.
상대를 의식하기 앞서 팀 내부에 더욱 집중하는 것도 ‘틸리카이넨호’의 순항 원동력이다. OK저축은행전에 앞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난 상대다. 맞대결을 의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틸리카이넨 감독은 “나는 그저 대한항공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방법만 연구하고 바라본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선수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할 뿐”이라고 웃었다.
통영|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