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천사표둘째시누이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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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시아버님의 제사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둘째 시누이가 아버님 제사를 보러 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저희 시어머니는 그 때부터 맛있는 음식하고, 과일을 사다 놓고 서두르기 시작하셨습니다. 여느 시어머니들은 장남이 온다거나, 막내 아들이 온다거나, 아니면 큰 딸이 온다고 하면 그렇게 부산을 떠실 텐데… 저희 시어머니는 둘째 딸이 온하고 하면 평소 잘 하시지 않던 음식들까지 손수 만드시고, 제사 음식보다 둘째 딸이 좋아하는 음식에 더 많이 신경을 쓰셨습니다. 처음엔 어머니의 그런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2남 3녀 중에 가운데에 낀 둘째 딸만 챙기신다는 게 이상해서, 그 때는 사위가 같이 오니까 그러나보다 했습니다. 우리 시어머니는 유독 둘째 사위를 예뻐하시나 보다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물론 둘째 시누이가 그렇게 잘 사는 편이 아니라서 어머니 입장에서는 안스러울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은 했습니다. 둘째 시누이의 남편이 오래 전에 조기퇴직을 하셔서 둘째 시누이가 몇 년 째 혼자 벌어서 아이들 학원비며 생활비를 벌어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온 식구들이 모여 식사를 할 때였습니다. 둘째 시누가 식사는 대충하고 과일만 찾아드셨습니다. 제가 “형님 사과랑 배만 드시지 말고 식사도 하세요”라고 말하자 시누이는 피식 웃으면서 “나 원래 과일 되게 좋아해. 그런데 사과랑 배를 이렇게 잔뜩 사다 놓고 실컷 먹어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 특히 올케가 준비한 이 과일은 더 맛있네. 고마워” 하셨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형님네 속사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오해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어머님께서 둘째 시누이에게 과일을 싸서 주시는 걸 보고 ‘과일을 좋아하신다더니 정말 좋아하시는 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물론 어머니께서 과일을 바리바리 싸서 둘째 시누에게 주실 때, 속으로 저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다 들고 가라고 저렇게 싸 주시나? 그리고 형님도 그렇지. 그거 사서 드시면 될 걸 뭘 저렇게 무겁게 싸 가시나?’ 했습니다. 그 날, 시누이가 돌아간 다음에, 저희 어머니께서 이런 얘기를 하셨습니다. “지금 돌아가신 늬 시아버지 말이다. 젊어서 얼마나 바람을 피우고 다녔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때 내가 둘째를 임신한 거야.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사람들은 남산만한 내 배를 보고 또 딸이라고 수군거리고, 아들 못 가져서 남편이 바람났다고 그러고. 그래서 그 때는 내가 죽으려고도 했었어. 하지만 사람 목숨이라는 게 참 질기더라. 내 맘처럼 쉽게 되질 않았어. 그런데 우리 둘째가 좋아하는 과일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사는 게, 나는 내 탓인 것 같다. 내가 저거 뱃속에 가져서 못된 생각하고, 태어나서도 젖도 잘 안 물려주고 울리기도 참 많이 울렸는데, 그래서 쟤가 저렇게 피지도 못하고 어렵게 사는 것 같애. 둘째 저건 그런 것도 모르고 착해 빠져서 지 욕심도 못 챙기고 매일 위 언니한테, 동생들한테 치이기만 했어” 하시며 혀를 끌끌끌 차셨습니다. 저는 그제야 왜 어머님이 둘째시누에게 그렇게 애착을 보이셨는지, 왜 맛있는 반찬을 둘째 시누 앞에 밀어두셨는지 그 맘을 알 것 같았습니다. 그 날 양손에 검은 비닐을 들고 집으로 향하시던 시누의 뒷모습이 왜 그렇게 쓸쓸해 보였는지 그것도 그제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늘 열심히 살고 있고, 아이 셋을 반듯하게 키워내려고 노력하는 둘째 시누이를 보면 언젠가 쨍하고 해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지 않기 위해 친정에 올 때면 늘 밝은 얼굴을 하고 환한 미소로 화답해 주는 둘째 시누이! 저 역시 둘째 시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충남 청양｜남은경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