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편지] 헉! 장래 꿈이 사채업자 초3 우리 아들 우야꼬?

입력 2009-1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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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들이 “엄마, 학교에서 장래희망에 대해서 얘기해야 되는데, 나 뭐하꼬?”하고 물었습니다. 저는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했더니, “모리겠다. 음 PC방 사장하까?”라고 말하는 겁니다.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그게 왜 되고 싶냐”고 하자 “PC방에는 손님도 억수로 많고, 컴퓨터도 많고, 돈도 잘 벌지 않나?”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그냥 느그 아빠처럼 군인한다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군인할라모 결혼해야 하는 거 아이가? 내는 결혼 안 할낀데?”라고 하더라고요.

제 친정아버지랑 남편이 직업군인이거든요. 그래서 이 녀석은 결혼을 해야 군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저녁에 근처에 사시는 친정어머니께서 애들 데리고 밥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학원에서 돌아온 두 녀석을 데리고 가는 길에, 작은 애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봤습니다. 둘째는 “우리 반에 군인된다카는 아가 하나 더 있더라고 사실 내는 다른 거 할까 했는데, 딱히 생각도 안 나고 해서 그냥 내도 군인이 꿈이라 했다”라고 말하더군요.

그 때 아파트 안 쪽으로 택시 한 대가 들어오고 있었고, 작은 애는 갑자기 “엄마! 내 나중에 택시기사 하믄 어떻겠노?”라고 물었습니다.

“택시기사 하모, 내 택시니까 항상 공짜로 탈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놀러가고 싶으몬 맘대로 놀러 갈 수도 있고”라고 하더군요. 문제는 저녁을 먹고 난 뒤였습니다.

작은 애가 “엄마, 오늘 태준이가 내한테 200원만 빌려주모 2000원으로 갚는다고 해서 돈 빌려줬다. 그리고 효상이도 준비물 산다꼬 천원 빌려줬다. 내 잘 했지?”이러더군요.

이상하다 싶어서 “엄마가 아무리 친해도 친구들이랑은 돈거래 하는 거 아이라했지?그리고 태준이한테는 와 돈을 그래 많이 받기로 했는데?”하고 따졌습니다. 그러자 “엄마, 내 있잖아. 나중에 사채업자 할까?”이러는 겁니다. 아니 이 녀석이 사채업자가 무슨 일 하는 사람인줄 알고나 하는 소린지, 기가 차서 말도 안나왔습니다.

작은 애는 아랑곳하지 않고 “게임에도 사채업자, 빚쟁이 이런 거 있다. 돈 빌려주고 하는거면 좋은 사람 아이가?”이러는데, 게임에서 그런 단어가 왜 필요한건지 저는 게임을 잘 몰라서 뭐라 말을 못했습니다.

애한테 뭐라고 말하면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일단은 TV 뉴스에 나오는 무서운 사채업자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 둘째, 꿈을 좀 크게 가질 수는 없을까요? 다음에는 뭐가 되고 싶다고 말할지 겁이 납니다!

From. 김미경|대구광역시 달서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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