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칼린 “심장을 건드리는 ‘퍼즐’과 같은 공연은 언제나 환영”

입력 2015-07-10 17:1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7월 18일부터 8월 23일까지 강원도 속초에서 열리는 ‘더 블루’ 연출가 박칼린 인터뷰

‘도전’이라 쓰고 ‘본능’이라 읽는다. 공연 연출가이자 음악감독인 박칼린에게 잘 어울리는 표현이 아닌가 싶다. 이유는 진취적인 그의 작품 때문. 최근 연출을 맡은 ‘미스터 쇼’와 ‘카붐’만 봐도 그렇다. 기존 ‘공연의 장르’라는 경계선을 과감히 무너뜨리고 다양한 무대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줬다. ‘도전’이라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본능에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도전’이라는 것은 뭔가 엄청난 목표가 있는 것 같잖아요. 그런데 저는 그런 원대한 야망을 꿈꾸지 않아요. 아마 어떤 창작자도 그런 욕심이나 상업적인 계산을 하고 작품을 만들진 않을 거예요. 그냥 만들고자 하는 ‘본능’이 샘솟는 거죠.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어느 날은 자장면을 먹고 싶고, 어느 날은 짬뽕을 먹고 싶고. 연출가도 마찬가지예요. 이 공연을 만들면 또 다른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은 거죠. 또한 늘 머릿속에 간직했던 것들을 때가 됐을 때 세상 밖으로 내놓는 것뿐이에요.”

그런 그가 이번에 ‘필’이 꽂힌 작품은 ‘더 블루’다. 강원도 속초 영랑호에서 펼쳐지는 뉴미디어쇼 ‘더 블루’는 건축물을 비롯한 각종 구조물 표면을 입체적으로 스캐닝 해 영상을 제작하는 하이퍼파사드 기법을 활용해 76m높이의 신세계 영랑호리조트와 50m규모의 무대에 3D 효과를 입히고, 그 곳에 몸짓과 소리, 리듬과 비트 위주의 넌버벌 퍼포먼스를 결합한 쇼다. 국내에선 최대 스케일의 쇼다. 박칼린은 “예전에 함께 작업했던 미디어엔메세와 죽이 잘 맞아서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받아들였다. 게다가 영상기술은 한국이 앞서가고 있지 않은가. 이 영상기술과 라이브쇼가 어우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말했다.

“이 영상기술은 엑스포나 기업에서 홍보용으로 많이 사용했어요. 보통 3분이나 길면 10분짜리 영상이었어요. 그런데 그 기술로 40~50분의 공연을 만든다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어요. 무대도 일반적인 공연장 크기의 2~3배가 넘으니 그 넓은 무대에 이야기를 넣고 소수의 배우들이 나와서 무대를 꾸며야 해요. 게다가 신비로운 영상을 보면서도 배우들의 존재감도 살려야 하는 것이 고민이었어요. 이런 어려움이 저는 풀어야하는 퍼즐처럼 다가오는데 하나씩 풀어가는 맛에 재미를 느껴요. 어렵지만 즐거워요.”


이야기는 영랑호의 전설 중 하나인 ‘용’을 캐릭터로 잡아 그려냈다. 우주의 용 ‘블루’가 여의주를 갖고 놀다가 그 여의주가 별똥별에 부딪혀 지구로 떨어지자 ‘블루’가 그 여의주를 향해 지구로 향한다는 이야기다. 박칼린은 바이칼 호, 그랜드 캐니언 그리고 영랑호와 같은 명소를 환상적인 영상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넌버벌 퍼포먼스를 펼칠 배우들 역시 각국의 특색 있는 움직임으로 무대를 꾸며나간다.

그는 “국내외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와서 즐거운 경험을 하면 좋겠다”며 “기사를 잘 써줘야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작년과 올해에 우리에게 슬픈 소식이 가득했어요. 특히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일들이 많았죠. 이 슬픔을 단숨에 이겨낼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해요. 연출가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관객들에게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드리는 것이에요. 가족과 함께 오셔서 즐기다 가셨으면 좋겠어요. 이 공연은 정말 ‘재미’만 느끼셔도 돼요. 꼭 공연이라고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거리를 던져줘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휴가철에 신나는 공연과 함께 좋은 추억 쌓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그의 앞으로의 일정이 궁금해졌다. 그의 ‘고향’인 뮤지컬로 언제 돌아오는지 물어보니 “할 작품이 많다”며 다이어리를 뒤적대더니 하나씩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두홍 감독과 하는 ‘녹틸루카’는 현재 프리-프리덕션 단계에 왔고 앞으로 ‘미스터쇼’ 상해공연, ‘시카고’ 음악감독, ‘에어포트 베이비’ 연출 그리고 12월 서초구청에서 주관하는 퍼레이드 총감독을 맡기도 했다. 쉴 틈이 없는 것 같다고 하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고 있다”며 빙긋 웃었다.

“아까도 말했듯 어렵지만 푸는 재미가 있는 ‘퍼즐’과 같은 공연을 하고 싶어요. 굳이 새 작품이 아니어도 좋아요. 풀어도 계속 풀어야 하는 작품이 있거든요. ‘시카고’나 ‘아이다’ 같은 경우가 그래요. 배우로 섰던 ‘넥스트 투 노멀’도 그렇고요. 제 심장을 ‘꾹꾹’ 건드리는 공연이 있다면 언제나 환영이에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