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슬의생’ 신현빈 “장겨울과 갭 차이? 배우로서 늘 바라는 일”
tvN 2020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우리가 흔히 봐 온 병원에서 연애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사람 사는 이야기에 사랑이 빠질 수는 없는 법. 시청자들이 성사되길 원했던 커플 한 두 쌍쯤은 존재했다.
그 중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테마주(?)가 윈터가든(장겨울+안정원) 종목이었다. 시즌1 말미 키스로 인해 그 가치가 급상승한 이 커플은 분명 버티면 끝내 승리한다는 걸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그리고 이 커플에 시청자가 올인했던 까닭은 분명 무뚝뚝한 짝사랑녀 장겨울을 소화해 낸 신현빈 덕일 것이다.
“드라마가 종영은 했지만 그 안에 행복한 기억이 많이 남아 있어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좋은 기억을 남겨서 끝났지만 끝났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죠. 이렇게 인터뷰로 계속 드라마 이야기를 하니까 더욱 그렇고요.”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의 첫 등장은 매우 강렬하면서도 아찔했다. 자녀가 응급상황으로 실려온 상황에서 “심폐소생술을 하면 살 수 있었다”는 매정한 통보는 장겨울을 비호감으로 만들었지만 머지않아 이 캐릭터는 성실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원픽 자리를 차지했다.
“장겨울은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도 현실에 충분히 볼 수 있는 캐릭터이기도 해서 흥미가 생겼어요. 그리고 드라마에서 함께 하는 동료들이 정말 좋은 분들이라 거기에서 오는 설렘이 컸어요.”
장겨울이 신현빈에게 흥미로운 캐릭터였 만큼, 시청자에겐 장겨울을 연기한 신현빈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무사 백동수’, ‘미스트리스’, ‘자백’ 같은 드라마는 물론, ‘방가방가’, ‘변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우리 곁에 늘 있었던 배우였음에도 신현빈의 장겨울은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그런 반응들은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늘 바라는 일이기도 해요. 어떤 작품의 그 캐릭터 자체로 비춰진다는 것이 전제가 되면 이전과 달라 보인다거나 몰랐다는 반응은 굉장히 기분 좋아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신현빈과 장겨울의 스타일링에서 오는 차이가 너무 컸다. 전작에서 보여준 화려한 캐릭터들과 달리 장겨울은 계절별로 정해진 스타일이 있고 효율을 위해 머리를 질끈 묶고 다녔으니까.
“외적인 변신에 대한 두려움은 딱히 없어요. 이전의 화려한 모습도 그렇게 해야 했으니 그런 모습을 보여드린 것이고 장겨울은 외적인 모습에 신경 쓸 겨를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설정들을 했어요. 그래도 장겨울의 흰 티셔츠나 청남방을 고르는데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요. 그렇게 어렵게 고르고 나서 끝까지 그렇게만 입고 나왔을 뿐이에요.”
이렇게 신현빈의 장겨울은 수수하고 묵묵하게 시청자들의 마음 속을 파고들었다. 앞서 언급한 무뚝뚝한 모습에서 안정원(유연석)을 짝사랑 하며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모르는 서툰 감정을 보여주며 가장 안쓰러운 캐릭터로 떠올랐다. 당연히 대중과 배우 신현빈 사이의 거리도 장겨울을 통해 줄어들었다.
“아직까지 저를 친근하게 느껴주시는지는 모르겠어요. 저에 대한 반응을 잘 찾아보는 편도 아니라서요. 그래도 제 주변 친구들과 지인들이 우리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컸어요, 그래도 현장에서 함께 하는 분들이 저를 많이 귀여워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긴 했죠.”
그의 말처럼 장겨울은 초반 모습과 달리 시청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한 캐릭터이기도 했다. 물론 이익준(조정석)의 아들 우주만큼은 아니었겠지만.
“자세히 보시면 장겨울이 처음에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어느 시점부터 되게 착실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보이실 거에요. 그렇게 점점 겨울이가 성숙한 사람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연기하는 저도 뿌듯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스타일이었는데 늘 무던하고 의연한 겨울이를 만나서 많이 누그러졌어요. 점점 사회화가 되어가는 겨울이를 보면서 저도 즐거웠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최성현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