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전 매니저, 허드렛일 도맡아→부당해고
신현준 전 매니저, 13년 희생→죽음까지 생각
매니저 쥐 잡이 시대 끝?
배우 신현준이 매니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원로 배우 이순재에게서 불거진 매니저 갑질 논란이 겨우 수습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가운데 이어진 폭로라 귀추가 주목된다. 신현준 전 매니저, 13년 희생→죽음까지 생각
매니저 쥐 잡이 시대 끝?
신현준 전 매니저 김모 대표는 9일 스포츠투데이에 신현준과 13년간 일을 했지만, 계속되는 ‘연예인 갑질’에 죽음까지 생각했다고 폭로했다.
최초 보도에 따르면 신현준은 늘 매니저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때문에 자주 매니저를 교체했으며, 매니저들을 향한 욕설과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김 대표는 신현준 모친 갑질도 언급했다. 뿐만 아니라 수입 배분 역시 9대 1임에도 약속된 금액은 지급되지 않았다고 김 대표는 주장했다. 13년간 신현준과 일하며 얻은 순수한 수익이 1억 원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신현준 측은 이 같은 폭로가 모두 거짓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약칭 전참시)에도 출연했던 매니저 이관용 HJ필름(신현준 소속사) 대표는 동아닷컴에 “일부만 맞고 대부분이 거짓이다. 문자 부분은 사진 그대로 당시 서로 주고받던 부분이다. 다만, 신현준과 전 매니저 김 씨는 친구관계였다. 90년대 당시만 해도 서로 편해서 주고받던 표현을 너무 악의적으로 왜곡해 폭로하는 듯하다”며 “김 씨가 처음 매니저 일을 할 당시에는 60만 원 정도 받았지만, 이후에는 월 200만 원 이상을 받아갔다. 20년 전 당시 월 200만 원이면 절대 적은 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양 측의 주장에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 모 대표는 불투명한 수익 정산, 잦은 매니저 교체, 과도한 업무 압박은 물론 신현준 모친을 교회에 데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모시는 일을 계속 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신현준 모친에게 아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했었어야 했다고까지 폭로했다.
이런 김 모 대표의 주장은 앞서 원로 배우 이순재에게 불거진 전 매니저 갑질 논란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지난 달 29일 SBS ‘8시 뉴스’에 따르면 이순재 매니저로 일했던 A씨는 생수통 운반, 쓰레기 분리수거, 신발 수선 등 가족들의 허드렛일까지 도맡아했다는 주장을 보도했다. A씨는 “문제 제기를 했지만,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밖에 A씨는 2달간 주말을 포함해 5일밖에 쉬지 못했으며, 일주일당 평균 55시간 이상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또 회사에 4대보험 가입을 요구했지만 직접 고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순재의 소속사 측은 최초 보도와 후속 보도가 이어지자 공식 입장을 통해 왜곡, 편파 보도임을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순재의 명예가 크게 훼손 됐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후 전 매니저 A 씨는 이순재의 갑질 논란과 관련된 추가적인 증거가 있음을 암시했다. 결국 이순재의 소속사는 당초 입장을 철회하고 “전 매니저를 채용할 때 계약서 작성을 누락했고 업무시간 역시 불규칙해 프리랜서라 생각해 4대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 모든 법률상 책임 내지 도의적 비난은 달게 받겠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또한, 이순재 역시 지난 5일 입장을 밝혀 사과의 뜻을 전하는 한편 TBS FM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에 대한 일련의 논란들에 대해 “사소한 일로 잠시 동안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처럼 최근 며칠 사이 전 매니저와 배우들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 예능에서 ‘매니저를 쥐 잡듯 잡는다’는 말이 농담처럼 나오거나, 뜬소문처럼 배우와 매니저 간 갈등이 있다는 이야기 정도는 연예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그러나 이처럼 구체적인 갑질 논란으로 번지는 지금의 상황을 매우 특이하다.
이에 대해 한 방송 관계자는 “아이돌들의 경우 어린 연습생 시절부터 매니저들을 봐 왔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 아이돌 매니저 역시 지정된 스케줄 외에 케어는 해주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배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배우 한 명에 대한 전방위적 케어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며 이번 갑질 논란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배우 매니저들은 이렇게 한 배우에 대해 공, 사 구분 없이 케어를 한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계약 기간이 끝나면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로 옮기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런 케어를 매니저들은 관행처럼 하고, 배우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최근의 갑질 논란은 이런 악습이 고여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예전과 지금의 매니저들은 많이 다르다. 관리하는 배우 혹은 가수가 크면 그 매니저도 동반 성장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 세대의 매니저들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 노동 그 이상의 가치를 두지 않는다”며 “‘나 때는 말이야’가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왜 취업 사이트에 매번 매니저 채용 공고가 늘상 올라와 있는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