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28일 오전 진행된 영화 ‘비상선언’ 화상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이병헌은 ‘남산의 부장들’ 이후 오랜만에 극장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던 와중에 팬데믹이 시작됐다. 그동안 영화 촬영은 계속했는데 공개가 된 건 ‘비상선언’이 처음이었다. 1년에 적게 한두 번, 극장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는 게 일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소통이 없이 촬영만 하고 지냈다. 며칠 전에 시사회를 통해서 극장 안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는데, 감정이 새로웠다. 늘 하던 일인데, 참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너무 좋았던 날이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또 ‘비상선언’의 개봉이 미뤄진 뒤, 엔데믹 시점에 개봉하게 된 것에 대해 “미룰 수 없는 상황들이, 다른 한국 영화들도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른 방법으로 관객들과 만나는 영화들도 있었다. 언제까지는 미룰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의도적인 건 아니지만, 팬데믹을 지나면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어쩌면 훨씬 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몰입해서 감정이 이입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강호, 전도연 등 ‘연기 9단’ 배우들과 함께 이번 작품에 함께 임한 소감을 묻자 이병헌은 “어떤 작품을 할 때 결과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좋아도 촬영 과정에서 더 좋아질 수도, 좋은 이야기임에도 과정에서 잘못된 길을 따라가서 영화가 사랑을 못 받기도 한다. 함께 캐스팅된 배우들이 훌륭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의지할 수 있고,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배경이 되는 것 같다.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은 기분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라고 신뢰를 표현했다.
아내 이민정이 VIP 시사회에 참석해 영화를 본 이후 어떤 감상평을 전했는지 묻자 “이민정 씨가 촬영을 하고 있어서, 올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다행히 왔다. 서로 문자를 못 했을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병헌은 “(이민정이) 나중에야 끝나고 ‘다음 날 촬영인데 눈이 퉁퉁 부어서 어쩔 거냐’ 투정하며 문자를 보냈다. 새벽부터 촬영이라 일찍 집에 가겠다는 문자가 하나 와 있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이병헌은 ‘비상선언’의 시나리오 첫인상에 대해 “계속 긴장에 긴장을 더하고 영화가 끝난다. 똑같은 기분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이 긴장감과 당혹스러움이 계속 연속되는 과정에서 시나리오가 끝났다. 그래서 굉장히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은 기분으로 재밌게 읽었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이병헌과 작품에서 대립하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임시완과의 호흡을 묻는 질문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정말 공포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불길한 기운을 주는 캐릭터인데, 그걸 온전하게 받는 캐릭터가 재혁이다. 워낙 임시완 배우가 그 역할에 맞는 표정과 눈빛으로 연기를 잘 해냈기 때문에, 호흡을 하면서 좋은 케미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라며 “임시완 배우는 영화에서의 모습과는 달리 귀여운 후배다. 아주 귀엽고 엉뚱하고, 질문이 많다. 쉽게 답할 수 있는 질문도 아니고 나도 많이 생각을 해야 한다. 엉뚱함을 가진 귀여운 후배다.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잔하는 후배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팬데믹 이후에 개봉하게 된 재난영화라는 점에서 ‘비상선언’이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이병헌은 “처음 영화 촬영이 시작되고 나서, 팬데믹이 시작됐다. 다들 너무 당황스러워했다. 팬데믹 자체가 불안과 걱정거리였다. 현실이 영화를 앞서가는 힘든 상황도 생겼다. 그런 걱정을 하면서 촬영을 하고 완성본을 봤을 때, 우리가 이런 시간을 보내고 나서 영화를 보니까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데믹을 겪으면서 느끼는 바도 있지만, 이 영화를 보면 여러 인간군상들이 나오고 나라면 과연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했을까 질문하는 상황이 여러 군데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앞서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제로 공황장애를 겪으며 느낀 부분을 연기에 적용시켰다고 밝힌 바 있었던 이병헌. 그는 “‘아름다운 그녀’라는 드라마가 끝나고 미국으로 가기 위해 비행기에 탔을 때 처음으로 공황장애를 일으켰다. 그때 ‘나는 죽는구나’ 생각했다. 너무 충격적이라 잊을 수 없다. 비행기 전체에 의사선생님이 있는지 질문을 하기도 했다. 비행기를 세워달라고 했는데, 세울 수 없다고 하더라. 그 일이 지금은 웃으면서 할 수 있지만 그때 당시에는 웃을 수 없는 얘기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지막으로 이병헌은 ‘비상선언’의 관전포인트에 대해 “일단 재밌다. 진짜 실제와 같은 상황들, 더 실제 같은 느낌이 든다. 비행기 안에서의 상황들을 객석에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촬영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그런 경험 자체가 아주 새로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런 팬데믹 시기를 지나고 나서, 인간성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8월 3일 개봉하는 ‘비상선언’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재난 상황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재난 드라마다.
‘비상선언’ 재혁(이병헌 분)은 아토피로 고생 중인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을 견디고 비행기에 오른다. 이병헌은 자신이 탄 비행기가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맞을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재혁’의 다양한 심리 변화를 드러낼 예정이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