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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추천곡입니다만] 한입으로 충분했다, 중독되기엔 (유니스 : 스위시 SWICY)

입력 2025-04-15 18: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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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SWICY’ MV

유니스 ‘SWICY’ MV

음악도 결국, 맛이다.
첫 입은 달콤하고, 끝맛은 매콤하다.
무엇보다 자꾸만 생각이 난다.

걸그룹 유니스(UNIS)의 신곡 〈SWICY〉는 달고 맵다.
‘Sweet’와 ‘Spicy’를 합쳐 만든 신조어 ‘SWICY’는 젠지(GEN Z)라는 세대가 가진 양면성과 중독성을 딱 세 글자 안에 담아낸 말이기도 하다.

한입 깨물면 사르르 녹지만, 곧이어 매운맛이 훅 올라오는,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쿠키.
“Chocolate, Taco, Ice cream, Kimchi Fries, 고추장 쿠키”
노래는 강렬하면서 귀여운 음식 이름을 나열하며 시작된다.
미식가의 꼭꼭 감춘 수첩 같기도 하고, 맵단맛 중독자의 냉장고 속 풍경 같기도 하다.

그러다 툭, 던진다.
“모두 채우지 못해. Need it something new.”
어쩌면 이 곡은 ‘감정의 입맛’이 까다로운 세대에게 건네는 ‘새로운 감각의 한 접시’일지도 모른다.

뮤직비디오 속 유니스는 디저트 바에 모인 소녀들 같다.
복고풍 소품과 미래적 이미지가 뒤섞인 공간, 빠르게 전환되는 콘셉트, 반복되는 안무와 음향은 마치 한 입, 한 입, 각각 다른 맛을 담은 쿠키 박스를 떠올리게 한다.

“Who‘s that SWI-SWICY girl?”
노래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한다.
“매번 달라져. 안경도, 드레스도, 하나만 고르긴 어려워.”

이제 아이돌은 하나의 콘셉트에 머물지 않는 시대다.
누구든 다채로운 캐릭터를 입고 벗으며, 그 자체로 정체성을 실험하는 존재가 된다.
〈SWICY〉는 그 흐름을 가장 ‘10대스럽게’ 담아냈다.
장난스럽지만 당당하고, 혼란스럽지만 정확하다.



곡의 후반부는 실험적이고 몽환적이다.
반복되는 “아하”와 함께 리듬은 전자적으로, 훅은 중독적으로 전개된다.
이제껏 봐온 걸그룹의 청량미와도, 카리스마 계열의 퍼포먼스와도 다른 신세대형 아이덴티티의 노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곡이 실제로 맛있다는 거다.
멜로디도, 리듬도, 영상도 한입 먹으면 자꾸 생각나는 맛.
오늘의 한줄
감정도 입맛처럼 까다로운 우리에게,
이 곡은 많이 괜찮은 레시피였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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