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설경구 “도경수의 달이 보고 싶었다…나는 지구 담당” (종합)[DA:인터뷰]

입력 2023-08-05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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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설경구가 영화 ‘더 문’ 언론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도경수의 연기에 대해 “나는 날로 먹었다”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의 겸손과는 다르게, ‘더 문’에서 도경수의 연기가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게 힘을 실은 건 설경구의 연기였다.

설경구는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더 문’ 인터뷰를 진행해 기자들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설경구는 ‘더 문’을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본 소감을 묻자 “내 거보다는 도경수의 달이 보고 싶었다. 지구와 달의 영화라 나에게 지구를 맡긴 것 같다”라고 답했다.

설경구는 첫 촬영 날 센터를 직접 보고 느낀 부분을 설명하며 “나에게 익숙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완전체로 만들어 주실지 몰랐다. 작은 예산은 아니다. 그렇다고 이걸 구현하기 위해 넉넉한 예산도 아니었다. 제대로 구현하려면 달 쪽에 더 투자를 할 것 같았다. 대전에서 첫 촬영 날 센터에서 고사를 지냈는데, 보고 너무 고마웠다. 낯설지 않게 풀세팅을 해줬다. 가면서 오히려 그 장소에 정이 들었다. 요원들도 모르는 친구들인데 인사하고 친해지게 됐다. 그런 부분에서 고마웠다. 하다 보니 낯설지 않은 공간이 됐다”라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도경수는 홀로 우주선에서, 설경구는 센터에서 각각 촬영을 진행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설경구는 “도경수 씨가 먼저 촬영에 들어갔다. 찍은 분량을 대형 화면으로 본 게 도움이 됐다. 도경수가 센터를 못 보고 촬영을 했다. 우주선 분량을 먼저 찍어서 우리는 그걸 보면서 촬영을 했다. 달에 착륙해서부터는 토막 돼서, 연결된 건 언론시사회 때 처음 본 거였다. 그때는 서로 소통을 하면서 찍은 게 아니고 극적인 상황이었다. 근데 그게 너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사실 입만 마르지,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그런 답답함이 있었다”라고 느낀 점을 밝혔다.

설경구는 ‘더 문’에 대해 “‘승리호’를 보면서 그 영화 역시 기술에 깜짝 놀랐었다. 그건 좀 떨어져서 보게 됐었다. 그 안에 같이 들어가서 응원을 하기 보단, 제 3자의 입장에서 보게 되더라. 근데 이 영화 같은 경우는 들어올 수 있지 않나,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우주와 달이라는 개념을 잊었다. 이 상황에 몰입해서 보게 됐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도 같이 배우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는 체험형 영화다. 가성비 좋은 체험형 영화다. 직접 달 표면을 달리고 뒹구는 것들이 ‘달인가? 지구인가?’ 생각도 들었다”라고 느낀 점을 말했다.

설경구는 ‘더 문’의 도경수의 연기를 보고 ‘나는 날로 먹었다’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설경구는 “그렇게 봤다. 우주와 달 부분이 너무 잘 만들어졌다고 한 건, 도경수도 포함이었다. 그 안에 있는 도경수까지 섞여서 한 덩어리로 몰입감 있게 잘 봤다. 현장 자체에서 혼자 있어서 배우가, 우주에서도 혼자였지 않나. 씩씩하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도경수가 다른 작품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 “나도 그렇다. 길게 호흡을 맞춰보면, 눈이 맑다. 맑은 눈 뒤에 뭐가 숨겨져 있는지 알고 싶다. 경수는 저 큰 맑은 눈 뒤에 뭔가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설경구가 ‘더 문’이라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설경구는 “한 작품씩 거창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이번에도 캐릭터보단, 어떻게 우주와 달을 구현할까 그게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거기에 조력자로 참여하고 싶었다. 그 부분에서 내가 봤던 눈으로는 상당한 퀄리티가 느껴져서 좋았다. 성장이라는 건 계속했으면 좋겠다. 만족하지 못하는 작품에서도 성장을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이야기를 계속해보고 싶고, 마음은 그렇다”라고 말했다.

앞서 김용화 감독과 설경구의 인연은 과거에 이뤄질 뻔했다는 게 제작발표회를 통해 알려진 바 있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오! 브라더스’ 책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못해서, 속상했다. 그 영화가 재밌었다. 그게 약 올랐다. 잘 나갔을 때 스케줄이 안 맞아서 못 했다. 그래서 다음에 하자고 했던 게 벌써 17년이 됐더라”라고 말했다.

‘더 문’ 개봉 시기에,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대해 설경구는 “여름 시장에 영화가 많다. 이렇게 몰린 경우는 처음 봤다. 겉으로는 표현 안 했지만 되게 당황했을 것 같다. 관객분들이 다시 극장으로 오게 하는 좋은 기능도 있으니까. 당황스러운 경험이긴 하다”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또 ‘더 문’을 봐야만 하는 이유를 묻자 “‘더 문’은 이야기는 단순할 수 있지만, 단순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쉽게 접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봐야 하는 이유가 있나? 이유까지는 모르겠지만, 가족과 같이 보면 좋을 것 같다. 여름 영화 중에 다 좋은 영화들이고 개성이 각자 있지만, 우리 영화는 아이들과 봐도 좋은 것 같다. 부모님과 봐도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어른들이 더 신선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설경구는 “늘 한국 영화는 위기라고 한다. 다른 의미의 위기도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이런 게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K-컬쳐라고 하니, 항상 공존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래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항상 열심히 해야 한다”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한편 오는 8월 2일 개봉하는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 분)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설경구가 연기한 재국은 나로 우주센터 전임 센터장으로, 5년 전 한국 최초의 유인 달 탐사선 나래호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으나 비극적인 사고로 우주센터를 떠나 소백산 천문대에 칩거하게 되는 인물이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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