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천우희가 ‘더 에이트 쇼(THE 8 SHOW)’의 작업 과정을 돌아봤다.
천우희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인터뷰에서 “‘8층’을 연기하면서 외부에서 모델로 가져올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공개된 ‘더 에이트 쇼(THE 8 SHOW)’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인기 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원작인 작품으로 한재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천우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인 ‘8층’을 연기했다. 돈도 돈이지만 흥미에 이끌려 쇼에 참여하게 된 ‘8층’은 쇼 안에서 난생 처음 맛보는 쾌락과 희열을 느끼며 예측할 수 없는 행보를 펼치는 인물이다.
천우희는 “아주 단순한 호기심으로 접근한 캐릭터였다. 내가 해보면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너무 통속적이거나 1차원적으로 보일까봐 걱정했다. 대본 안에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게끔 쓰여 있었으나 내가 맡는다면 조금 입체적으로 살릴 부분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인데 가만히 둔다면 8명 사이에서 너무 튈 수도 있고 긴장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인물을 가만히 두는 것도 고민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매일 조율해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있지만 그만큼 보여주기에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도 있고 공간적 제약도 있었다. 내려놓고 모두와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8층’의 전사가 후반부 짧게 공개되기는 하나 충분하진 않았기에 시청자들에게 ‘8층’을 어떻게 납득시킬지 고민이 많았다고도 전했다.
천우희는 “‘8층’은 과감히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라 쉽지 않았다. 처음에 대본을 볼 때는 수위도 조금 있었다. 감독님이 ‘배우가 과감히 모든 것을 던져버리고 할 수 있을 만큼 열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내가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는 롤이 나에게 맞춰졌을 때 최선을 다할 수 있고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 번지점프라고 생각한다. 믿음이 있고 안전한 울타리가 있다면 무조건 뛰어내릴 수 있다. 해주실 수 있겠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감독님이 듣고는 ‘나중에 써먹어야겠다’고 하시더라. ‘더 에이트 쇼’라서가 아니라 나는 항상 그런 마음이다. 매 작품 번지점프를 하는 것처럼 임한다”고 고백했다.
기존 대본에는 원작에서처럼 ‘8층’의 고수위 노출이 있었으나 조율됐다. 천우희는 “탈의 설정이 대본에는 있었지만 그 부분뿐 아니라 많은 지점에서 감독님도 우리가 어느 정도 보여주고 소비해야 할지 고민이 많으셨다. 대본과 원작과 제작의 과정에서 조율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우희는 “매 신 번지점프를 뛰어내리는 것 기분이었다. 도전적인 장면도 많았고 뛰어넘어야 하는 장면도 많았다. 내가 하고자 한 것들, 본능과 본성을 가지고 다 보여줄 수 있을 만큼의 상황이 되진 않았다. 제약들과 잘 타협하면서 해나가는 방식을 찾아 나섰다. 나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랬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우희는 ‘8층’을 한 단어로 ‘도파민’이라고 정의하며 “자극과 유희와 쾌락과 본능을 추구하지만 그것들이 피로감으로 다가오면 안 되다 보니까 적절한 선을 줄타기 하고 싶었다”고도 강조했다.
전작 ‘써니’의 상미, ‘우상’의 련화를 비교했을 때 최고의 광인은 ‘8층’이라고. 천우희는 “별별 광인은 다 해서 미친 사람 같다는 말은 많이 들었다”면서 “이전에 연기했던 강렬한 캐릭터들은 인물에 연민이 있었다. 처연하고 처절한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사연이 있었다. 그런데 ‘8층’은 그런 조건이 아무것도 없다. 잠깐의 전사에서 페이소스가 나오지만 그게 주가 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연기한 광인 중에 ‘톱 오브 톱’이 아닐까 싶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8층’의 엔딩에 대해서는 “오히려 되게 현실적인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계급과 계층과 불평등과 부조리함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8층이 해를 받았다면 약간의 통쾌함은 있겠지만 통쾌함으로 끝났을까 싶다. 현실감 없게 느껴져서 반대로 찝찝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각자의 상황과 성향이 이 이야기를 만났을 때 개입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가장 가깝게 느끼는 인물은 불의를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2층’. 천우희는 “사람이다 보니 모든 층의 성향은 가지고 있다. 나도 이기적이고 치사하고 비열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있다. 스스로 인정한다. 그래도 내 모습과 가장 비슷하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면 2층에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세상이 공정하지 않고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게 꽤나 중요한 사람이다. 실제 나와 가장 먼 건 ‘8층’이지만 또 가장 멀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유희, 쾌락, 본성에 접근하려는 것도 내 직업이니까 아주 멀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8층’은 꽤나 즐겁고 신선한 도전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천우희의 광인 연기가 빛나는 ‘더 에이트 쇼’는 넷플릭스에서 만날 수 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넷플릭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