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와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으로 글로벌 인기를 끈 천우희는 “다른 색깔의 드라마들이 함께 사랑받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 파격 변신
비호감 캐릭터, 새로운 나 발견해
최근 13년 된 팬 결혼식 찾아 축사
받기만 했는데, 나도 주고 싶었죠
배우 류준열(38)과 천우희(37)에게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에이트 쇼’는 각기 다른 의미로 “특별”했다. 드라마는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의문의 쇼에 참가하는 이야기로 어느 때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연기”를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자신의 연애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류준열은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내가 놓치고 간 게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됐고, 천우희도 “처음으로 계획이 아닌 본능에 의지해 연기하며 새로운 나를 찾았다”고 말했다. 비호감 캐릭터, 새로운 나 발견해
최근 13년 된 팬 결혼식 찾아 축사
받기만 했는데, 나도 주고 싶었죠
천우희는 ‘더 에이트 쇼’에서 ‘미친 여자’로 통했다. 고립된 공간에 갇혀 식료품 보급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난 먹는 거엔 관심 없다”면서 명품 옷들로 주어진 ‘시간’(돈)을 탕진해 버리는 ‘8층’ 송세라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 덕분이다. 류준열, 박정민, 박해준 등 참가자들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면서 게임 판을 흔드는 역할도 톡톡히 했다.
“대본을 처음 보자마자 ‘머리 풀고 제대로 놀아볼 수 있겠는데?’라는 기대가 들었어요. 원래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내가 해석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연기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계획했던 것들을 다 벗어던지고 직관과 본능에 의해 연기했어요. 8명이 한 공간에서 계속 함께 등장하며 생기는 제약을 극복하고 함께 균형을 맞춰 가려 노력했죠.”
쉽게 이해할 수도, 사랑받기도 힘든 ‘비호감’ 캐릭터를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화려한 드레스들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내내 다이어트를 했고, 흡연 하거나 속옷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파격도 소화했다.
“항상 제가 맡은 역할이 미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해요. 그런데 ‘8층’은 연민이나 애정을 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고민이 많이 됐죠. 자칫 피로감을 주진 않을까 걱정도 됐고요. 하지만 사회의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전 세계 시청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어요. 다행히 좋은 반응이 나와서 비로소 마음이 놓여요.”
그는 배우 장기용과 주연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이 비슷한 시기에 방송돼 ‘더블 히트’를 맛봤다. 두 드라마는 23일 넷플릭스 ‘글로벌 톱10’(13∼19일)에서 7위(더 에이트 쇼)와 8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작품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되면 그만큼 공백이 줄어드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긴 해요. 그래도 각기 다른 장르와 색깔을 한꺼번에 드러내면 보는 사람들은 나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요.”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은 두 가지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하는 마음”과 “팬들”이다. 최근에는 바쁜 스케줄 사이에서도 13년간 알고 지낸 팬의 결혼식에 참석해 직접 축사까지 낭독해 화제를 모았다.
“그 친구는 팬카페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팬으로서 꾸준히 많은 사랑을 준 친구예요. 항상 받기만 했으니까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서 축사를 제안했죠. ‘내게 묵묵히 보내준 사랑을 당신(남편)에게 양보하겠다’는 내용은 앉자마자 주르륵 썼어요. 전 연인을 보내는 느낌이 드는 거 있죠. 그 친구가 ‘난 계속 응원하러 갈 건데 왜 자꾸 이렇게 날 보내려고 하는 거냐’고 하던데요? 하하!”
앞으로도 연기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고 달릴 각오다. 그는 “결국 연기는 나란 인간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면서 “그게 나를 웃게 만든다”고 말했다.
“‘더 에이트 쇼’로 새로운 나를 발견했고, 이전보다 또 다른 ‘내려놓음’을 배울 수 있었어요. 연기는 이래서 재미있는 거 같아요. 정답을 알 수 없지만, 계속 내게 다른 의미를 주니까요.”
유지혜 스포츠동아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