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의료진이 약침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
정상적인 요추뼈는 5개지만, 간혹 선천적으로 척추뼈의 개수가 다르거나 구조가 비정상적인 경우가 있다. 이러한 척추의 기형을 ‘이행성 척추’라고 한다. 이행성 척추는 척추가 받는 압력과 부담이 달라지면서 척추 안정성이 저하될 수 있다. 척추의 피로도를 쉽게 높이고 척추관협착증과 같은 퇴행성 척추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로 인해 허리통증, 하지방사통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베르톨로티 증후군’(Bertolotti Syndrome)이라고 한다.
베르톨로티 증후군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8%에게서 나타나 비교적 발생률이 낮지만, X-Ray나 MRI 등 영상 진단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세부 증상에 따라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나뉘어 치료를 한다. 수술 과정이 일반 척추질환 환자에 비해 복잡하고 부작용의 위험이 있어 보존적 치료가 우선적으로 진행되는 편이다. 발병률이 낮은 만큼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보존적 치료법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연구진은 베르톨로티 증후군을 진단받은 30대 초반 요통환자에게 한달 여간 치료를 진행했고, 입원치료 후 5개월 간의 장기추적관찰을 통해 증상 변화를 살폈다. 환자에게는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완화시키는 침과 약침 치료, 신경을 비롯한 척추 주변 조직을 강화하는 한약 처방 등 한의통합치료가 진행했다. 또한 특정 혈자리에 침을 놓고 움직임을 유도하는 동작침법(MSAT)과 한의사가 직접 척추, 관절의 균형을 맞추는 추나요법 치료도 실시했다.
치료 결과, 입원 10일차부터 요통과 방사통의 통증숫자평가척도(NRS)와 허리기능장애(ODI) 점수가 점진적으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또한 삶의 질 상승과 함께 근력 회복 및 요추와 고관절 가동 범위가 증가해 요·천추부의 기능이 크게 향상됐다. 이러한 호전세는 5개월 뒤 추적관찰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아울러 연구팀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자생한방병원(강남·대전·부천·해운대)에 내원한 이행성 척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구역학적 연구도 실시했다. 분석 결과, 남성 환자에게는 천추화, 여성 환자에게는 요추화가 더욱 빈번히 발견됐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40~50대가 가장 많았다. 호발하는 통증 유형은 ‘요통(47%)’과 ‘방사통을 동반한 요통(41%)’이었다. 전체 환자의 수술 경험률은 4%에 불과해 대부분의 이행성 척추질환 환자가 수술을 받지 않고 비수술적 방법을 선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조소현 한의사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
이번 논문은 SCI(E)급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IF=1.6))’에 게재됐다.
김재범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