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국제 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내고 정책 제안에 참여할 수 있는 온라인 시민외교 플랫폼 ‘위폼(Weform)’을 공식 출범한다.

‘위폼’은 국내 정책 제안·소통 플랫폼인 ‘울림’과 ‘열림’의 경험을 국제사회로 확장한 플랫폼으로 국민이 제안한 의견이 유엔 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정책 논의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플랫폼은 한국이 2억 명 한류 팬 네트워크를 보유한 문화강국의 위상을 넘어 전 세계적 현안을 해결하고 국제 여론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국가 비전을 실현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를 위해 국제 포럼 의제를 게시하고, 청소년·청년의 아이디어와 정책 제안을 수렴하는 새로운 구조를 도입했다. 그동안 국제 회의에서 청소년과 청년은 주로 수동적 참여자에 머물렀지만 이제 ‘위폼’을 통해 직접 국제 의제에 대한 정책 제안과 입장문을 작성하고 이를 국제기구에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위폼’의 출범은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민이 국제 의제에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한국을 찾는 시점에 국민이 주도적으로 글로벌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장이 열린 것이다. 반크는 이를 통해 한국 국민이 국제 문제 해결 과정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내고 특히 아프리카 관련 글로벌 이슈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반크는 이미 3월 ‘아프리카 바로 알리기’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한국에 대한 오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를 향한 왜곡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잡는 데 주력해왔다. 그간 추진한 활동에는 ▲글로벌 우분투 청소년·청년 홍보대사 양성 ▲‘아프리카돼지열병’ 명칭 변경 캠페인 ▲세계 백과사전·어학사전 속 차별 표현 시정 캠페인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 기관과 국제기구의 지도 활용 실태를 점검하고 아프리카 대륙의 실제 면적을 반영한 ‘이퀄 어스(Equal Earth)’ 지도 채택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는 메르카토르 도법 지도에서 왜곡된 아프리카 축소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국가 차원의 개선 요구였다.

이러한 노력은 고스란히 ‘위폼’의 정체성으로 이어진다. 반크는 플랫폼 설계 단계에서부터 아프리카 인식 개선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반크는 앞으로 ‘위폼’을 통해 미래 세대가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글로벌 이슈 논의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을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한국과 아프리카가 공유해온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단순한 원조 관계를 넘어 상호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진정한 파트너십 구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반크는 활동 범위를 남미, 아세안 등으로 확대하며 다양한 국제 의제를 다룰 예정이다. 이를 통해 ‘위폼’은 청소년과 청년이 주도하는 세계 최초의 글로벌 정책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한국이 국제 문제 해결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새로운 장을 열어갈 전망이다.

반크 박기태 단장은 “올해 10월 말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은 단순한 국제회의가 아니라 한국이 글로벌 의제를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국은 전통적 경제 담론을 넘어 포용적 성장과 글로벌 연대라는 새로운 의제를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APEC이라는 국제적 주목이 집중된 시기에 아프리카 인식 개선과 같은 의제를 제기하는 것은 한국이 단순히 회의 개최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전 세계 2억 명의 한류 팬이라는 독보적인 문화적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의 인기를 넘어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공감과 소통의 플랫폼을 이미 구축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이 아프리카 인식 개선과 같은 의제를 제기할 때, 이 문화적 네트워크는 그 메시지를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강력한 통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폼 기획을 맡은 권소영 반크 연구원은 “대부분의 국제회의와 글로벌 담론은 여전히 선진국 중심으로 진행되며, 기후변화·디지털 전환·경제 협력과 같은 주요 의제조차 선진국의 시각에서 논의된다”며, “위폼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소수자, 난민, 기후 취약국 등 국제사회에서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모두의 참여’라는 국제회의의 본래 취지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지만 동시에 제국주의 피해의 역사적 경험을 지닌 나라”라며, “이러한 정체성은 서구 선진국들이 갖기 어려운 도덕적 리더십과 공감의 기반을 제공한다. 한국은 기존 국제질서에서 소외되어온 국가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보다 평등한 국제사회를 만들어가는 새로운 연대의 축을 형성할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동시에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독특하고 중요한 위치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구승현 반크 연구원은 “이번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인공지능(AI)이 주요 의제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품고 있다”며, “이러한 국제사회의 흐름 속에서 한국이 진정한 AI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프리카·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과의 연대를 통해 보다 포용적이고 공정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위폼 플랫폼은 이러한 연대를 촉진하고, 한국이 전 세계 여론을 선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기자 sujinl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