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후반투입17세마체다결승골…퍼거슨‘루키승부수’놀랍다

입력 2009-04-07 09:4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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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리그(EPL)의 살아있는 전설 퍼거슨, EPL의 제갈공명 마틴 오닐에게 한 수 가르치다.’ 6일 새벽(한국시간)에 끝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애스턴 빌라전은 시즌 최고의 명승부라고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짜릿한 막판 뒤집기였다. 퇴장과 부상으로 맨유 핵심전력 상당수가 결장한 가운데 오닐은 맨유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퍼디난드와 비디치가 빠진 맨유의 센터 백은 상대적으로 공중전에 허점을 보였고, 오닐은 높이가 있는 욘 카레브와 가브리엘 아그본라허의 헤딩골을 앞세워 2-1로 앞서 맨유를 3연패의 공황상태로 몰아가는데 성공했다. 맨유 서포터들에게 패배의 적막감이 흐르던 후반 61분, 퍼거슨은 올드 트래포드의 아웃 사이더로까지 불리는 이름도 생소한 페데리코 마체다를 투입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선수명단을 들여다보던 한 맨유 관계자는 “어 키코가 대기명단에 다 있네”라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키코는 페데리코의 또 다른 이름으로 맨유 현지에서는 마체다를 키코로 흔히 부른다. 대기명단에만 있는 것으로도 파격으로 여겨지던 그를 퍼거슨은 리버풀에 내준 선두탈환을 위한 이 중요한 경기, 중요한 순간에 승부수로 던졌다. 그가 나니와 교체되는 순간, 대기명단에서 교체출전이 가장 유력하던 박지성의 출장은 무산됐다. 골이 필요한 이 시점에 퍼거슨이 이제 17세에 불과한 라치오(이탈리아)에서 영입한 키코를 올드 트래포드에 처녀 출전시킨 것에 대해 프레스 박스에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웅성거림과 차라리 이미 검증된 웰백을 내보는 것이 낫다는 평이 잇따랐다. 그러나 퍼거슨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키코의 잠재력과 최근 그가 절정의 골 감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코는 맨유 유스팀(18세 이하)에 이적한 직후 가진 반슬리와의 데뷔전에 역시 데뷔 골을 기록, 팀에 1-0 승리를 안겼다. 이후 그는 21번 출전에 12골을 기록하며 18세 이하에서 득점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맨유 2군 리저브로 자리를 옮기고도 스트라이커 키코의 골 사냥은 멈출 줄 몰랐다. 최근 뉴캐슬과의 원정 리저브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루니, 베르바토프의 공백을 메울 비밀병기로 퍼거슨의 마음을 사로잡은 키코는 올드 트래포드를 열광의 도가니로 몰고 간 인저리 타임 결승골로 퍼거슨의 믿음에 보답했다. 경기 후 퍼거슨은 “사실 키코의 기용은 도박이었다”고 고백했지만, 바로 이점이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는 오닐 감독과의 차이이기도 하다. 퍼거슨의 선수를 바라보는 혜안과 창조적 상상력 앞에 오닐이 고개를 숙이고 만 한판이었다. 맨체스터(영국) | 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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