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왕? ‘강심장’은 알고있다!

입력 2009-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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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여왕’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실수를 받아들이는 마인드와 심리적 압박감을 극복하는 방법에서 김연아가 앞선다고 진단하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아사다 마오’ 추락을 통해 본 선수의 심리적 압박감
《지난 해 초까지만 해도 여자 피겨의 아사다 마오(일본)는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고난도 점프를 척척 소화해냈다. 그 우아한 연기는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세계챔피언 아사다에게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그 당시 김연아는 아사다의 라이벌 중 하나였지만 그녀를 넘지는 못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르면서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여자 피겨의 중심에 아사다 대신 김연아가 선 것이다. 이런 상황 변화가 가능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피겨 전문가와 스포츠과학자들은 체력, 기술, 심리,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을 꼽는다. 그런데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는 요인은 아사다가 경기에 대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번 주 ‘스포츠 & 사이언스’에서는 운동선수들의 압박감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경기에서 ‘강심장’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 해답이 여기에 있다.》

누구나 물어볼 만한 궁금증 하나. 아사다는 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김연아는 어떻게 잘 극복하는 것일까. 김연아는 지난 해 2008∼2009 ISU 그랑프리 3차 대회 ‘컵 오브 차이나’ 우승 후 “부담감이 점점 늘어간다. 작년에는 육체적 부담이었다면, 올해는 정신적인 부담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이징올림픽에서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는데 못 따라가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김연아도 굉장한 압박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심리적인 장애를 잘 극복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압박감 수준이 아니라 심리적 압박감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아사다는 심리적 압박감으로 실수가 발생하면 그 실수 때문에 연속적인 실수를 하고, 김연아는 실수를 받아들이고 그 실수가 다음 수행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대처한다고 보면 된다.

○압박감이 경기에 미치는 영향

아사다는 연습 때 가장 잘 하는 선수 중 한명이다. 상대방 선수가 적거나 별로 중요하지 않은 연습일 때는 정말 잘 한다. 하지만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을 때에는 자신의 실력을 의심하며, 상대방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한다. 아사다는 압박상황에서의 실수와 같은 부정적 반응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깨우치지 못했다. 실수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수가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잊어버린 것이다.

비단 아사다 뿐만 아니다. 이는 스포츠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선수들은 연습 때 개인 신기록, 국가 신기록, 세계 신기록을 수립하기도 한다. 혼자 할 때 좋은 기록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실전에서는 자기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선수들이 환경이나 내적 압박에 상관없이 높은 수준의 수행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없는 것일까. 압박에는 외부 요인과 내적 요인이 있다. 환경적인 요소는 ▲관중이나 가족, 친구들의 관전▲예전과 다른 상대방 ▲점수판 및 심판진 ▲언론매체 ▲신체적/심리적 컨디션 등이다. 선수들은 이런 환경적 방해요소들과 싸울 수 있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런 방해요소들은 없애거나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그것들에 잘 반응하는 법을 배울 수는 있다.

내적 요인도 중요하다. 경기에 나서면 몸은 다르게 반응한다.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땀이 날 것이며, 뱃속이 울렁거린다. 또한 어떻게 경기를 풀어 나갈 것인가 혹은 앞으로 일어날 수행에 대해 상상을 한다는 점에서 연습 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생각들은 부정적이고 또는 긍정적일 수 있다. 내적으로 이런 생각, 이미지 그리고 느낌을 잘 조절해 자기 자신에게 불필요한 압박감을 만들어 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압박감을 극복하는 구체적인 방법

압박을 받는 상황에 적응되어야 한다. 우선 연습 때 압박감을 받을 만한 상황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심판을 부르고, 관중의 환호성을 넣고, 특정한 수준에 도달하는 수행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며, 특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였을 때는 벌을 감수하는 것도 좋다. 연습 때의 이런 압박감은 실전에서 면역성을 키워준다. 이것은 질병에 저항해 주사를 맞는 개념과 비슷하다. 실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미지를 이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우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해요소들을 떠올린다. 경기 때 진정으로 느낄 것 같은 느낌을 상상해본다. 예를 들어 사격 선수는 자신의 심장박동이 요동치며, 소총 끝이 긴장으로 인해 떨리는 것을 상상하는 가운데 10점을 쏠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레슬링 선수는 신경과민의 굳은 근육으로 상대선수를 넘어뜨리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 훌륭하게 수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함으로서 압박감 훈련을 할 수 있다.

○자신만의 특화 전략 개발해야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3단계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의식수준을 개발하는 것이다. 다양한 압박감과 방해물들이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자각해야한다. 경기 경험에 관련된 일지를 만들어 경기에서 느낀 압박감이나 그 압박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해 적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전략을 찾아내는 것이고, 셋째는 이를 토대로 전략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꾸준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하다보면 압박감이 주는 방해용서는 거의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신정택 KISS 연구원
정리 |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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